국제

중국 견제? TSMC, 일본에 25조원대 공장 짓는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 프로젝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구마모토에 건설 중인 제2공장에서 차세대 기술인 3나노미터(nm) 공정의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본 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3나노 공정으로, 일본 경제의 숙원이었던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 확보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당초 TSMC는 해당 공장에서 6~12나노급의 범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3나노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기술 장벽이 높아 현재 극소수 기업만이 생산 가능하다. 공정 전환에 따라 총 투자 규모 역시 기존 17조 원대에서 약 25조 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 계획을 자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미 제2공장 건설에 약 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약속한 일본 정부는, 이번 계획 변경에 발맞춰 추가적인 금융 지원 방안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TSMC의 투자에 화답하고 있다.

 

TSMC의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의 배경에는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면서, 세계 첨단 반도체 공급망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대만 내 생산 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TSMC는 미국과 함께 일본을 안정적인 대체 생산 거점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 왕국'으로 불렸으나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대만에 주도권을 내주며 쇠락의 길을 걸었던 일본에게 이번 TSMC의 투자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첨단 기술 유치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강력한 자국의 경쟁력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구마모토에서는 이미 가동 중인 제1공장 옆으로 1.5배 규모의 제2공장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이 본궤도에 오르면, 구마모토 일대는 일본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자 스펙’ 학벌, 언제까지 발목 잡을 건가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평가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시민단체 교육의봄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채용 과정에서 학벌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학벌의 벽’이 단순한 체감이 아님을 증명한다.학벌 정보는 주로 서류 전형이라는 채용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필터로 작동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출신학교를 통해 지원자의 학문적 성취도 자체보다는 ‘업무 수행 태도에서의 책임감과 성실성’이나 ‘빠른 학습 능력’ 등을 추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학벌이 개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가 아닌, 태도를 가늠하는 손쉬운 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흥미로운 지점은 학벌을 평가하는 태도에서 세대 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인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고참급 관리자일수록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3년 미만의 저연차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방침과 무관하게 학벌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채용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실제로 변화의 요구는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이 출신학교 정보를 보지 않고도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마련된다면 이를 적극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학벌 중심의 낡은 채용 관행이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제도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명확하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학력 정보를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출신학교가 개인의 순수한 능력보다는 가정 배경이나 사교육 접근성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를 채용의 잣대로 삼는 것은 불공정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3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한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 출신학교 차별을 법적으로 근절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