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압도적 스케일로 돌아온 창작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천만 독자를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웹툰이 무대 위에서 화려한 10주년 파티를 시작했다. 창작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가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리며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한 이번 공연은 오는 4월 26일까지 관객들을 만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은 10년이라는 긴 역사 속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기존 소극장과 중극장을 거쳐 성장해온 작품은 이번 10주년을 맞아 1000석 규모의 대극장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동안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집약시킨 베스트 시즌이라는 평가답게 개막 첫날부터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며 흥행 가도에 청신호를 켰다.

 

원작인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은 이미 전국 40개 지역에서 누적 관객 11만 명을 돌파하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2016년 소극장 초연 당시부터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이 작품은 2020년 삼연에서 서사와 음악을 대폭 보강한 THE LAST 버전을 선보이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6년, 10주년을 기념하는 완성형 시즌으로 돌아와 관객들의 기대감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이다. 무대가 넓어진 만큼 구조물과 액션의 강도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극 중 배경이 되는 순임의 슈퍼와 5446 부대, 국정원 요원들의 격투가 벌어지는 2층 구조의 철제 구조물은 대폭 확장되어 무대를 빈틈없이 채웠다. 특히 인물의 심리 상태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악몽 넘버에서는 새로운 철제 구조물을 추가 배치해 긴박함을 더했다. 여기에 파워풀한 액션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조명 연출은 관객들이 극 속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액션 장면은 더욱 밀도 있게 진화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와 타이틀 넘버 은밀하게 위대하게 장면에서는 약 9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아크로바틱과 정통 무술, 비보잉, 절도 있는 군무가 결합된 고난도 액션은 대극장 무대를 좁게 느껴지게 할 만큼 역동적이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배우들의 숨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매 순간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 역시 화제의 중심이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하며 원류환 역을 맡은 김동준은 첫 공연을 마친 뒤 공연장을 찾아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전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 김찬호는 그 어느 시즌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베테랑 오종혁은 대극장 규모로 돌아온 만큼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준비했으니 많이 찾아와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배우들의 싱크로율과 대극장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에 만족한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10년 동안 작품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봐 온 오랜 팬들은 이번 대극장 버전이 은위 시리즈의 정점을 찍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창작 뮤지컬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대극장 공연으로 자리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는 탄탄한 원작의 힘에 제작진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비로소 완성형 뮤지컬로 거듭났다.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뮤지컬 팬들은 물론 원작 웹툰의 향수를 기억하는 대중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의 내공이 폭발하는 이번 무대가 앞으로 어떤 기록을 써 내려갈지 문화예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관왕 위엄 어디로..린샤오쥔의 비극적 피날레

한때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책임질 천재로 불렸던 사나이가 이제는 완전히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고 고개를 숙였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다시 선 올림픽 무대였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단 하나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한 채 빈손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가 끝난 뒤 그가 SNS를 통해 전한 메시지는 한국 팬들에게는 씁쓸함을, 중국 팬들에게는 뜨거운 충성심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이번 올림픽에서 린샤오쥔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폭발적인 스피드와 영리한 경기 운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전 세 종목 모두 준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으며 믿었던 계주에서도 운은 따르지 않았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중국 대표팀 자체가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가장 기대를 모았던 혼성 2000m 계주에서는 팀 동료의 실수로 눈앞에서 동메달을 놓쳤다. 특히 혼성 계주 당시 린샤오쥔은 준준결승만 소화한 뒤 정작 중요한 준결승과 결승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불과 2년 전인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던 그였기에 이번 올림픽의 몰락은 더욱 뼈아프다. 린샤오쥔은 대회 직전 중국 관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악물고 8년을 버텼다며 비장한 각오를 전했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한국 대표팀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캐나다 등 전통의 강호들은 물론 개최국 이탈리아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해야 했다.대회 종료 후 린샤오쥔은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절절한 감사를 표했다. 그는 나라 덕분에 다시 올림픽에 설 수 있었다며 이 영광은 평생 함께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기억하겠다며 중국 쇼트트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린샤오쥔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 관련 사진을 올리며 다음 대회 출전 의지까지 암시했다. 1996년생인 그가 4년 뒤 서른네 살의 나이로 다시 빙판에 서겠다는 것은 사실상 선수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중국을 위해 태우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이러한 행보를 지켜보는 국내 빙상계와 팬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많은 이들은 린샤오쥔이 이번 메시지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다리마저 스스로 불태웠다고 평가한다. 한때 대한민국의 에이스로서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그가 이제는 완벽한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한국 팬들과의 정서적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