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1년 만에… 대형마트 ‘심야 족쇄’ 풀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대형마트의 심야 온라인 배송을 가로막아온 규제를 혁파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오히려 쿠팡 같은 이커머스 공룡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판단에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실무 협의회를 통해 현행 유통법의 영업시간 제한 조항에 예외를 두는 개정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 제한 시간 중에도 ‘전자상거래를 위한 배송 행위’는 허용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물류 거점을 활용해 전국 단위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규제 완화의 배경에는 ‘쿠팡 사태’로 촉발된 이커머스 독점 체제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규제 완화에 보수적이었으나,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국회 경시 태도 등이 겹치며 기류가 급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 정부에 구명 로비를 벌이는 등 국내 소비자 보호 체계를 우회하려 한다”며 “실질적인 견제를 위해서는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 제한은 전통시장을 살리기보다 쿠팡의 폭발적 성장을 돕는 반사이익으로 돌아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쿠팡의 연 매출(41조 3000억 원)은 국내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37조 1000억 원)을 이미 추월했다. 규제가 묶인 사이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간 셈이다.

 

유통업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다. 이미 쿠팡의 독주 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새벽배송 허용만으로 판도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 격차를 줄이기엔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과의 갈등 관리도 숙제다. 전국상인연합회는 “구매 수요가 대형 업체로 완전히 쏠려 지역 상권이 붕괴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정은 ‘의무휴업일 지정’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배송 업무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는 절충안을 택했다.

 

국민의힘 역시 규제 전면 폐지를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여서 향후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속도 조절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유통법 개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소비자 편익 증진으로 이어질지 유통업계 전체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시골 학교의 '나 홀로 졸업생', 모두의 축복 속 새 출발

 경북 영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전교생이 11명뿐인 작은 초등학교에서 단 한 명의 졸업생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64회 졸업생을 배출한 거여초등학교의 유일한 졸업생 정세율 군은, 후배들과 교직원, 학부모의 온전한 축복 속에서 6년간의 초등 과정을 마치는 주인공이 되었다.196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농촌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현재 2학년부터 5학년까지 총 10명의 후배만이 학교를 지키고 있으며, 이날 정 군이 졸업하면서 6학년 교실은 다시 주인을 기다리게 됐다. 졸업식은 엄숙함 대신 모두가 함께하는 작은 잔치처럼 꾸며졌다.정 군이 이곳에 온 것은 2학년 겨울이었다. 전학 왔을 때 동급생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외로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2학년 후배 2명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복식 학급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이끌고 챙기는 듬직한 형으로 자리 잡았다.선생님과 후배들은 한목소리로 정 군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담임 교사는 정 군이 정이 많고 학습 태도가 우수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정 군을 따르던 후배들은 "착하고 잘 놀아주던 형이 떠나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들은 그가 새로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지내리라 믿으며 앞날을 응원했다.졸업식은 정 군 한 사람을 위해 짜인 알찬 순서로 채워졌다. 그의 학교생활을 담은 영상과 후배들의 축하 메시지가 상영될 때 장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개근상을 시작으로 영천시장상 등 5개가 넘는 상장과 장학증서를 받기 위해 쉴 새 없이 단상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졸업식의 특별한 볼거리였다.이제 정 군은 3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정든 학교를 떠나 더 많은 친구가 있는 중학교에 진학한다. 5년간 동급생 없이 지낸 특별한 경험과,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졸업식을 마친 그는 후배들과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씩씩하게 교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