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립현대무용단, 두 대표작으로 유럽 무대 휩쓸다

 국립현대무용단이 2월 벨기에와 스페인에서 대표작 '정글'과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이다'를 선보이며 한국 현대무용의 예술적 지평을 넓히고 글로벌 위상을 강화한다. 이번 유럽 투어는 한국 현대무용 콘텐츠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세계 무대에서의 유통 경로를 확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댄스하우스 시즌 프로그램에는 김성용 예술감독의 안무작 '정글'이 초청되어 현지 관객들을 만난다. 특히 바르셀로나 공연은 이미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유럽 현지의 한국 현대무용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어 13일과 14일에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열리는 유럽 현대무용 유통 플랫폼 '페이 드 당스 페스티벌' 폐막 무대에 '정글'과 허성임 안무가의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이다'가 함께 오른다. 유럽 현대무용계의 핵심적인 유통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페스티벌의 폐막 무대에 초청된 것은 국립현대무용단 레퍼토리의 높은 경쟁력과 한국 안무가들의 독창적인 움직임 언어를 집중적으로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김성용 예술감독의 '정글'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생명력이 교차하는 공간을 '정글'이라는 무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앞서 프랑스, 오스트리아, 카자흐스탄, 스웨덴, 영국, 독일 등 11개국 12개 도시에서 초청 공연을 이어오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허성임 안무가의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이다'는 삶의 필연적인 흐름 속에서 피할 수 없지만 마주하기 어려운 주제인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 반복되는 신체 리듬을 통해 죽음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도, 섬세한 신체 언어로 개인과 세계의 균열 및 불안정성을 무대 위에 쌓아 올리며 관객들에게 깊은 사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 스페인·벨기에 투어를 단순한 해외 공연을 넘어, 한국 현대무용 콘텐츠의 유통 경로를 넓히고 한국 안무가들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유럽 시장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다. 이번 성공적인 유럽 투어를 통해 한국 현대무용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K-댄스'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관왕 위엄 어디로..린샤오쥔의 비극적 피날레

한때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책임질 천재로 불렸던 사나이가 이제는 완전히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고 고개를 숙였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다시 선 올림픽 무대였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단 하나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한 채 빈손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가 끝난 뒤 그가 SNS를 통해 전한 메시지는 한국 팬들에게는 씁쓸함을, 중국 팬들에게는 뜨거운 충성심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이번 올림픽에서 린샤오쥔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폭발적인 스피드와 영리한 경기 운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전 세 종목 모두 준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으며 믿었던 계주에서도 운은 따르지 않았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중국 대표팀 자체가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가장 기대를 모았던 혼성 2000m 계주에서는 팀 동료의 실수로 눈앞에서 동메달을 놓쳤다. 특히 혼성 계주 당시 린샤오쥔은 준준결승만 소화한 뒤 정작 중요한 준결승과 결승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불과 2년 전인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던 그였기에 이번 올림픽의 몰락은 더욱 뼈아프다. 린샤오쥔은 대회 직전 중국 관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악물고 8년을 버텼다며 비장한 각오를 전했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한국 대표팀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캐나다 등 전통의 강호들은 물론 개최국 이탈리아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해야 했다.대회 종료 후 린샤오쥔은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절절한 감사를 표했다. 그는 나라 덕분에 다시 올림픽에 설 수 있었다며 이 영광은 평생 함께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기억하겠다며 중국 쇼트트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린샤오쥔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 관련 사진을 올리며 다음 대회 출전 의지까지 암시했다. 1996년생인 그가 4년 뒤 서른네 살의 나이로 다시 빙판에 서겠다는 것은 사실상 선수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중국을 위해 태우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이러한 행보를 지켜보는 국내 빙상계와 팬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많은 이들은 린샤오쥔이 이번 메시지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다리마저 스스로 불태웠다고 평가한다. 한때 대한민국의 에이스로서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그가 이제는 완벽한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한국 팬들과의 정서적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냈기 때문이다.그의 야구 인생이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료 선수와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던 그는 긴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동료 여자 선수들이 그를 위해 적극적으로 변호에 나선 결과였다. 하지만 린샤오쥔은 법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인 2020년에 이미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국민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겼다.더욱이 귀화 과정에서 출입국관리법을 어겨 벌칙금까지 부과받은 사실은 그의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켰다. 한국 국적자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60일 이내에 체류 자격을 변경해야 함에도 이를 어기고 머물렀던 것이다. 결국 한국 쇼트트랙의 10년을 책임질 역대급 재능은 한순간의 실수와 성급한 결정으로 인해 타국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처지가 되었다.린샤오쥔의 이번 올림픽 참패는 단순한 성적 부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가를 바꾼 선택이 결과적으로 본인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도 세대교체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그가 다음 올림픽에서 과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SNS에서는 그를 응원하는 중국 팬들의 댓글과 안타까움을 표하는 한국 팬들의 설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때는 대한민국을 열광하게 했던 금메달리스트였지만 이제는 먼 나라의 노장 선수가 되어버린 린샤오쥔. 그가 꿈꾸는 2030년의 프랑스 빙판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가 그토록 강조한 중국에 대한 의무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전 세계 빙상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확실한 것은 그가 내뱉은 뜨거운 감사의 인사가 한국 팬들에게는 차가운 작별 인사로 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