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스트의 환생' 피아니스트 김강태 네덜란드 콩쿠르 3위 쾌거

대한민국의 젊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금호영재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온 피아니스트 김강태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리스트 위트레흐트 피아노 콩쿠르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금호문화재단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4일 김강태가 최종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공식 발표하며 한국 클래식계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였다.

 

이번 콩쿠르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지난 3주간 피아노의 거장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 세계를 탐구하는 긴 여정이었다. 김강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쟁쟁한 유망주들과의 경쟁 끝에 최종 결선 3인에 포함되는 기염을 토했다. 3위 수상자인 그에게는 80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1367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하지만 상금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파격적인 부상이다. 전문적인 콘서트 매니지먼트 지원은 물론 개인 웹사이트 제작과 음반 녹음 기회까지 제공되어 본격적인 유럽 무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김강태는 앞으로 네덜란드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비롯해 노르웨이, 이탈리아, 헝가리, 벨기에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수상자 투어 연주에 나선다. 콩쿠르 직후 주최 측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리스트의 음악을 깊이 사랑해 이번 콩쿠르에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스트의 작품과 그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연주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느껴졌다는 그의 고백에서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리스트 위트레흐트 피아노 콩쿠르는 그 역사와 전통이 깊다. 1986년 프란츠 리스트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창설된 이후 2022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어 운영되고 있다. 만 17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 피아니스트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이 무대는 안젤라 휴이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배출한 관문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인 중에서는 홍민수와 박연민 등이 앞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 피아니즘의 우수성을 알린 바 있다.

 

 

 

이 콩쿠르가 특별한 이유는 여타 경연처럼 점수 따기에 급급한 살벌한 경쟁 중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최 측은 유망한 피아니스트들의 개성과 음악성을 폭넓게 소개하는 축제형 콩쿠르를 지향한다. 참가자들은 경연 기간 독주회부터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까지 다양한 무대를 소화하며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특히 서로 다른 5대의 피아노를 사용해 연주해야 하는 독특한 규칙은 피아니스트의 섬세한 악기 조절 능력과 해석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강태는 결선 무대에 올라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연주했다.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기교가 요구되는 이 곡을 통해 그는 현지 청중과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비록 1위는 알렉산더 카슈푸린, 2위는 토머스 켈리에게 돌아갔지만 김강태가 보여준 음악적 깊이는 순위를 넘어선 감동을 주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강태의 성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09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후 다카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등 굵직한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며 차세대 거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국내에서도 부산음악콩쿠르와 KBS 한전음악콩쿠르 등 주요 대회를 석권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거친 그는 현재 독일 뮌스터 음악대학에서 최고연주자과정에 매진하며 학구적인 열정도 불태우고 있다. 차세대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김강태의 이번 수상은 K클래식의 저력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증명한다. 리스트의 영혼을 건반에 담아낸 그의 연주가 유럽 전역에 울려 퍼질 날이 머지않았다. 김강태가 걸어갈 앞으로의 투어 일정과 그가 남길 선율에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죽음의 문턱서 돌아온 코리, 밀라노서 메달 정조준

인간의 의지는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빙판 위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한 남자가 기적처럼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 맸다. 상대 선수의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에 목이 베이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도 오직 올림픽이라는 꿈 하나로 일어선 호주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브렌던 코리의 이야기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는 이제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밀라노에서 위대한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최근 보도를 통해 호주 쇼트트랙의 간판 브렌던 코리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복귀를 앞두고 겪었던 영화 같은 회복 과정을 전했다. 코리는 이번 대회 쇼트트랙 남자 1000m 예선 출전을 앞두고 있는데, 그가 다시 빙판 위에 서기까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사투의 연속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가 다시 운동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비극적인 사고는 2025년 베이징에서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일어났다.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가 막바지에 다다른 마지막 바퀴, 중국의 류샤오앙이 코리를 추월하려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빙판과 충돌하며 허공으로 솟구친 류샤오앙의 스케이트 날이 뒤따르던 코리의 목을 그대로 가격한 것이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날카로운 칼날은 코리의 목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코리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내 손으로 목을 꽉 움켜쥐고 있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금만 위치가 어긋났어도 생명줄인 동맥을 건드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치명적인 부위는 피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목에는 두 군데의 깊은 자상이 남았고, 목소리를 내고 숨을 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갑상연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수술 후 찾아온 일상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코리는 사고 직후 한동안 말을 할 수도, 제대로 음식을 넘길 수도 없었다. 그는 무언가를 삼킬 때마다 부러진 연골 조각이 식도를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가벼운 주스 한 잔을 마시는 데도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몸이 망가졌지만, 그는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호주로 돌아온 그를 진찰한 전문의는 마치 자동차 핸들에 목을 강하게 들이받은 교통사고 수준의 부상이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사실 코리에게 부상은 낯선 손님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본래 촉망받는 아이스하키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9년 겪은 심각한 뇌진탕 증세로 인해 정들었던 하키 스틱을 내려놓아야 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호주로 국적을 바꾸는 결단을 내리며 쇼트트랙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종합 15위를 기록하며 호주 쇼트트랙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에게 닥친 목 부상 사고는 또 한 번의 시련이었지만, 그는 이를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는 계기로 삼았다.많은 사람이 빙판 위에 다시 서는 것이 무섭지 않냐고 묻지만 코리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사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멘털이 더욱 단단해졌으며, 다시 스케이트를 타고 링크에 들어서면 또 다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로지 레이스의 전략과 자신의 움직임에만 집중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정신과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며 완벽한 복귀를 준비해왔다.이제 코리의 시선은 올림픽 메달을 향해 있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전 세계 경쟁자들의 경기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하며 전략을 가다듬었다. 신체적으로는 이미 사고 이전보다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코리는 지난 주말 훈련에서 몸 상태가 최고조임을 확인했다며,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한다면 충분히 시상대 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끔찍한 사고의 기억을 털어내고 다시 금빛 질주를 시작한 브렌던 코리의 도전은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불사조가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 위에서 어떤 뜨거운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그의 스케이트 날 끝에 쏠리고 있다. 그의 이번 올림픽 참가는 단순한 성적을 넘어, 인간이 가진 회복 탄력성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