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의전당 2026년 '알찬 라인업' 전격 공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중심지 예술의전당이 21일 2026년 한 해를 화려하게 수놓을 기획 프로그램 라인업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라인업은 클래식과 오페라, 발레는 물론 연극과 대형 전시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알찬 구성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이번 기획은 단순한 1회성 공연을 넘어 향후 예술의전당을 대표할 수 있는 레퍼토리 정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문화예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대작은 오는 7월 오페라극장을 뜨겁게 달굴 자코모 푸치니의 마지막 걸작 투란도트다. 세계 4대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압도적인 스케일과 네순 도르마 같은 주옥같은 아리아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무대는 예술의전당이 야심 차게 준비한 브랜드 레퍼토리로,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스타 테너 백석종이 국내 첫 전막 오페라 데뷔를 치른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티켓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수장 로베르토 아바도가 취임 후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는 오페라라는 점도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모으는 포인트다. 

 

연극 부문에서는 젊은 감각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신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4월 자유소극장에서 초연되는 뼈의 기록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천선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로봇 장의사 로비스가 죽은 자들의 뼈에 남겨진 기록을 읽어내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독특한 설정을 담고 있다. 원작이 가진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통찰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장르를 불문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또한 10월에는 신유청 연출가가 참여하는 토월정통연극 시리즈 신작이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발레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이자 한국 발레의 자존심 박세은이 기획에 참여한 우리 시대 에투알 갈라 2026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상의 기량을 뽐낼 이번 프로젝트는 무용계의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름의 백조의 호수와 연말의 스테디셀러 호두까기인형까지 더해져 발레의 우아함이 일 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성찬도 이어진다. 내달 4일 14년 만에 한국 듀오 공연을 펼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가 그 서막을 연다. 이들은 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 등 정교하고 깊이 있는 선율로 콘서트홀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또한 4월에는 어느덧 38회를 맞이한 전통의 교향악축제가 열린다. 스위스의 명문 악단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국내 대표 교향악단 19곳이 참여해 화려한 클래식의 향연을 펼친다. 6월에는 프랑스의 대담한 앙상블 르 콩소르의 첫 내한이 예정되어 있으며, 10월에는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와 솔 가베타의 강렬한 듀오 콘서트가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 전시 부문에서도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부풀려진 인물 표현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콜롬비아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규모 회고전이 4월부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유화와 조각 등 110여 점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유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서예박물관 소장품 특별전과 이완 작가의 컨템퍼러리 프로젝트 등이 준비되어 있어 공연과 전시를 아우르는 풍성한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이재석 사장 직무대행은 이번 라인업에 대해 제작 역량과 협력의 기반 위에서 예술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며, 더 많은 관객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이 공개한 이번 기획 프로그램들은 수준 높은 예술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인 매력을 놓치지 않아 올 한 해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시골 학교의 '나 홀로 졸업생', 모두의 축복 속 새 출발

 경북 영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전교생이 11명뿐인 작은 초등학교에서 단 한 명의 졸업생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64회 졸업생을 배출한 거여초등학교의 유일한 졸업생 정세율 군은, 후배들과 교직원, 학부모의 온전한 축복 속에서 6년간의 초등 과정을 마치는 주인공이 되었다.196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농촌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현재 2학년부터 5학년까지 총 10명의 후배만이 학교를 지키고 있으며, 이날 정 군이 졸업하면서 6학년 교실은 다시 주인을 기다리게 됐다. 졸업식은 엄숙함 대신 모두가 함께하는 작은 잔치처럼 꾸며졌다.정 군이 이곳에 온 것은 2학년 겨울이었다. 전학 왔을 때 동급생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외로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2학년 후배 2명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복식 학급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이끌고 챙기는 듬직한 형으로 자리 잡았다.선생님과 후배들은 한목소리로 정 군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담임 교사는 정 군이 정이 많고 학습 태도가 우수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정 군을 따르던 후배들은 "착하고 잘 놀아주던 형이 떠나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들은 그가 새로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지내리라 믿으며 앞날을 응원했다.졸업식은 정 군 한 사람을 위해 짜인 알찬 순서로 채워졌다. 그의 학교생활을 담은 영상과 후배들의 축하 메시지가 상영될 때 장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개근상을 시작으로 영천시장상 등 5개가 넘는 상장과 장학증서를 받기 위해 쉴 새 없이 단상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졸업식의 특별한 볼거리였다.이제 정 군은 3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정든 학교를 떠나 더 많은 친구가 있는 중학교에 진학한다. 5년간 동급생 없이 지낸 특별한 경험과,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졸업식을 마친 그는 후배들과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씩씩하게 교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