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토니상 휩쓴 '어쩌면 해피엔딩'..한국어워즈까지 싹쓸이

국내 뮤지컬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 최고의 축제,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20일 NHN링크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이번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400석 이상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는 역대 최다인 102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기에 이번 수상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NHN링크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로,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미 지난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과 극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은 탄탄한 서사와 아름다운 음악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완벽하게 통했다. 이번 10주년 시즌 공연은 112회 전 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폭발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한경숙 프로듀서는 10주년 기념 공연을 가능하게 해준 창작진과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준 관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달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서울 공연을 마무리한 뒤 부산, 대전, 광주, 인천 등 전국 16개 도시를 도는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서울 공연을 놓친 지방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 될 전망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은 한복 입은 남자였다. 지난해 초연된 국내 창작 뮤지컬 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대상을 비롯해 이성준 음악감독의 편곡 및 음악감독상,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의 무대 예술상까지 거머쥐며 3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한국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중소극장 부문인 400석 미만 작품상은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작품상 외에도 오경택 연출의 연출상, 김하진 작가의 극본상까지 휩쓸며 중소극장의 저력을 과시했다. 탄탄한 대본과 섬세한 연출이 조화를 이룬 수작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배우 부문의 시상 결과도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남녀 주연상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박은태와 조정은이 나란히 수상하며 최고의 듀오임을 증명했다. 두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다. 조연상은 알라딘의 정원영과 라이카의 한보라가 각각 남녀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무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인정받았다.

 

특히 신인상 부문은 연예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남자 신인상은 베어 더 뮤지컬의 강병훈이 차지했으며, 여자 신인상은 알라딘에서 쟈스민 공주로 완벽 변신한 이성경에게 돌아갔다. 모델과 배우를 넘어 뮤지컬 무대까지 정복한 이성경의 수상에 많은 팬의 축하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 앙상블상은 에비타 팀이 수상하며 완벽한 합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창작 부문에서는 라이카의 이선영 작곡가가 작곡상을, 위대한 개츠비의 도미니크 켈리가 안무상을 받았다. 무대예술상은 서숙진 디자이너와 비하인드 더 문의 고동욱 영상디자이너가 공동 수상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프로듀서상은 킹키부츠, 물랑루즈 등 다수의 히트작을 제작한 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부장이 차지했다. 가족 단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은 아동가족뮤지컬상은 하츄핑 열풍을 일으킨 사랑의 하츄핑이 수상했다. 또한 CJ문화재단은 스테이지업 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신진 창작자를 지원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다.

 

이번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눈부신 발전과 라이선스 뮤지컬의 높은 퀄리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국내외에서 동시에 인정받는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모든 팀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가올 2026년에도 더욱 풍성한 무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불문율보다 무서운 순위 경쟁..하나은행, KB와 정면 충돌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인 불문율이 농구 코트 위에 또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 불문율이 예의와 무례 사이를 지속해서 재단하게 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갈등을 키우는 도구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프로 세계의 본질은 결국 승부이며 그 승부 안에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치열한 전략적 계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WKBL) 1위 하나은행과 2위 KB국민은행의 맞대결은 바로 이 불문율과 프로의 생존 본능이 정면으로 충돌한 현장이었다.사건의 발단은 경기가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인 종료 14초 전에 발생했다. 당시 KB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87-75라는 12점 차의 넉넉한 점수로 앞서가고 있었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리바운드 경합 도중 공이 베이스 라인을 넘었고 심판은 하나은행의 공격권을 선언했다. 이때 KB 벤치에서 갑작스럽게 감독 챌린지를 요청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결과적으로 판정이 뒤집혀 공격권은 KB로 넘어왔고 KB는 남은 시간 동안 공격을 시도했다. 비록 하나은행의 수비에 막혀 슛을 던지지 못한 채 경기가 종료되었지만 이 과정 자체가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경기가 끝난 뒤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은 이례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상대 팀에 대해 예의가 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판정을 확인하며 챌린지를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상대가 챌린지로 가져온 공격권을 통해 득점을 올려 골 득실을 챙기려 한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넣지도 못할 공격을 시도한 점을 꼬집었다.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되었고 농구계에서는 승자의 예우와 불문율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뜨거워졌다. 하지만 KB국민은행 김완수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는 상대에 대한 무례가 아니라 철저하게 팀의 이익을 위한 전술적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KB는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불과 2경기 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WKBL 규정상 최종 성적이 동률일 경우 상대 전적을 따지고 그마저도 같으면 득실률 순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4위 경쟁 당시 단 1점 차의 골 득실로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갈렸던 경험을 언급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어 실점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감독으로서 당연한 책무였다는 논리다.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범 감독 역시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정반대의 입장에 선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프로농구(KBL) DB를 이끌던 2020년 1월 선두 경쟁팀인 SK와의 경기에서였다. 당시 DB는 9점 차로 앞선 종료 직전 두경민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경기를 마쳤다.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의 슛은 불문율 위반이라며 SK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그때 이 감독은 이전 대결에서 크게 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잔여 경기 일정상 골 득실을 생각해야 했기에 마지막까지 공격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과거에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던 이 감독이 이번에는 예의를 먼저 언급하며 화를 낸 상황은 불문율의 잣대가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보여준다.결국 불문율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적용하는 사람의 입장과 처한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승리를 확신한 팀이 마지막까지 점수를 짜내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비매너로 비치겠지만 순위 경쟁이 절박한 팀에게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술이 된다. 특히 이번 시즌처럼 선두권 다툼이 치열한 경우 1점의 득실 차가 시즌 전체의 농사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완수 감독의 선택을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 득실률이라는 명확한 수치가 순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프로 무대에서 감정적인 불문율을 강요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될수록 농구 팬들과 구성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 막판 10여 초를 남기고 공격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혹은 챌린지를 써도 되는지를 두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자체가 프로답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문율이 스포츠의 낭만을 유지하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순간의 감정을 정당화하거나 상대를 압박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명문화된 규정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 정신이며 팬들이 원하는 정정당당한 승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과거의 사례와 현재의 논란을 종합해볼 때 결국 정답은 없다. 다만 프로 스포츠의 생태계가 갈수록 데이터와 수치 중심으로 정교해지면서 감정적인 불문율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하나은행과 KB의 충돌은 여자농구의 뜨거운 순위 경쟁을 상징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우승을 향한 양 팀의 집념이 코트 위에서 예의라는 가면을 벗고 거칠게 부딪힌 셈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지만 룰 안에서 승리를 쟁취하려는 치열함이야말로 유료 관중을 불러 모으는 프로 스포츠의 최대 매력이다.향후 두 팀의 재대결에서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다음 맞대결은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을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코트 위의 불문율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재해석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 또한 농구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불문율이 승부의 열정을 꺾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프로 선수와 감독은 코트 위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 매너와 배려라는 이름으로 팀의 이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팬들에 대한 기만일 수도 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농구계가 불문율에 대한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고 더욱 수준 높은 경기 운영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14초를 남기고 던진 챌린지가 결국 리그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될지 혹은 단순한 감정싸움의 잔재로 남을지는 앞으로 남은 시즌의 전개 과정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