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 막으려던 독일, Z세대 반란에 재무장 계획이 흔들린다

 유럽 재무장의 선봉에 선 독일이 안보 위협에 맞서 군비 증강에 나섰지만, 정작 총을 쥐어야 할 Z세대의 냉소적인 반발이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국가가 군대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정작 청년들은 국가를 위한 희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징병제 폐지를 사실상 번복한 독일 정부는 올해부터 새로운 복무 제도를 시행하며 모병에 나섰다. 2008년생 남녀 70만 명에게 복무 의사를 묻는 설문지를 발송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자원입대를 원칙으로 하지만, 병력이 부족할 경우 강제 징집까지 가능한 이 제도는 사실상의 '준징병제'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국가의 부름에 대한 Z세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전쟁터에서 죽느니 러시아 점령 하에 살겠다"거나 "전쟁이 나면 나라를 떠나겠다"는 10대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반전(反戰)을 넘어 국가 공동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드러낸다. 이들은 독일 전역에서 군 복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반발의 기저에는 안보 불감증이 아닌, 세대 간의 경제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년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높은 생활비 부담 속에서, 국가를 위한 복무가 결국 막대한 연금을 수령하는 기성세대를 위한 일방적 희생이라고 인식한다. 시위 현장에서 "예산의 4분의 1을 노인연금에 쓰는 나라를 위해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나"라는 구호가 나오는 이유다.

 


독일 정부도 Z세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월 460만원에 달하는 급여 인상 등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신규 입대자는 전역자 수를 겨우 메우는 수준에 그쳐 병력의 고령화 문제만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군 복무로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질문에 국가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듯, 독일 국방부는 올해 신병 목표를 2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2035년까지 병력을 26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현재 목표치의 3배가 넘는 6만~7만 명의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시골 학교의 '나 홀로 졸업생', 모두의 축복 속 새 출발

 경북 영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전교생이 11명뿐인 작은 초등학교에서 단 한 명의 졸업생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64회 졸업생을 배출한 거여초등학교의 유일한 졸업생 정세율 군은, 후배들과 교직원, 학부모의 온전한 축복 속에서 6년간의 초등 과정을 마치는 주인공이 되었다.196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농촌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현재 2학년부터 5학년까지 총 10명의 후배만이 학교를 지키고 있으며, 이날 정 군이 졸업하면서 6학년 교실은 다시 주인을 기다리게 됐다. 졸업식은 엄숙함 대신 모두가 함께하는 작은 잔치처럼 꾸며졌다.정 군이 이곳에 온 것은 2학년 겨울이었다. 전학 왔을 때 동급생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외로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2학년 후배 2명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복식 학급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이끌고 챙기는 듬직한 형으로 자리 잡았다.선생님과 후배들은 한목소리로 정 군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담임 교사는 정 군이 정이 많고 학습 태도가 우수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정 군을 따르던 후배들은 "착하고 잘 놀아주던 형이 떠나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들은 그가 새로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지내리라 믿으며 앞날을 응원했다.졸업식은 정 군 한 사람을 위해 짜인 알찬 순서로 채워졌다. 그의 학교생활을 담은 영상과 후배들의 축하 메시지가 상영될 때 장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개근상을 시작으로 영천시장상 등 5개가 넘는 상장과 장학증서를 받기 위해 쉴 새 없이 단상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졸업식의 특별한 볼거리였다.이제 정 군은 3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정든 학교를 떠나 더 많은 친구가 있는 중학교에 진학한다. 5년간 동급생 없이 지낸 특별한 경험과,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졸업식을 마친 그는 후배들과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씩씩하게 교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