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인터넷 끊고 시작된 '피의 진압'

 이란 지도부가 보름 넘게 전국을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부의 적에게 돌리며 무력 진압을 공식화했다. 경제난으로 촉발된 민심 이반을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규정하고, 시위대에 대한 한층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국영 방송 연설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혼란과 무질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국민들에게 "폭동 가담자 및 테러리스트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사회 전체를 파괴하려는 소수 폭력배들의 준동을 막는 것이 정부의 핵심 책무임을 강조하며, 사실상 진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입법부 역시 강경 노선에 힘을 실었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시위대를 '외국 용병', '다에시(IS) 조직원'으로 묘사하며 "가장 강력한 조치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시위 참여자들을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여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특히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이란을 공격하는 행위는 역내 모든 미군 기지와 군사 시설, 함선 등을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만들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내부의 위기를 외부와의 갈등으로 확전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미국에 보낸 것으로, 역내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 정부의 강경 일변도 방침 아래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시작 후 최소 192명이 사망했으며, 실제 사망자는 2,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당국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을 투입하고 인터넷과 통신을 전면 차단하며 외부와의 소통을 막고 있다.

 

시민들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통해 외부 세계에 참상을 알려왔으나, 최근 이마저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정보 통제 속에서 벌어질 이란 당국의 대대적인 시위 진압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늘이 도왔다! 조코비치의 경이로운 승운

테니스계의 살아있는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가 2026년 호주오픈에서 그야말로 천운을 등에 업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를 따라다니는 승운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그는 8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0대 2로 밀리며 탈락 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상대 선수의 갑작스러운 부상 기권으로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두 번이나 상대 기권으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는 기묘한 기록을 쓰게 됐다.지난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8강전은 경기 초반만 해도 조코비치에게 매우 암울한 흐름이었다. 이탈리아의 신성 로렌초 무세티는 조코비치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첫 두 세트를 내리 따냈다. 조코비치는 설상가상으로 오른발 발바닥에 발생한 물집 통증 때문에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고전했다. 테니스 팬들은 조코비치의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고, 무세티의 생애 첫 호주오픈 4강 진출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3세트 초반 흐름이 급변했다. 조코비치가 무세티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반격의 불씨를 지피던 중 무세티가 돌연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한 것이다. 무세티는 오른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3세트 다섯 번째 게임에서 더블 폴트를 범한 직후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하에 기권을 선언했다. 한 세트만 더 따내면 대어를 낚을 수 있었던 무세티로서는 뼈아픈 퇴장이었고, 패배 직전이었던 조코비치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기회였다.경기 후 무세티는 인터뷰를 통해 오른쪽 다리에 이상한 느낌이 있었지만 참으며 뛰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져 도저히 경기를 지속할 수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시즌 시작 전 모든 정밀 검사를 통해 부상 예방에 전력을 다했음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완벽한 승리를 눈앞에 두고 몸이 따라주지 않은 유망주의 비극에 많은 테니스 팬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승리를 거둔 조코비치 역시 겸손하면서도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무세티가 오늘의 진정한 승자였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상대를 치켜세웠다. 또한 자신의 발바닥 물집 문제도 있었지만, 무세티의 창의적인 플레이 때문에 경기 내내 공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압박을 받았다며 스스로 정말 운이 좋았음을 인정했다. 승자의 여유보다는 고비를 넘긴 자의 안도감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조코비치의 이번 호주오픈 대진운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 불릴 만하다. 16강에서도 그는 야쿱 멘식과 맞붙을 예정이었으나, 멘식이 복부 부상을 이유로 경기 하루 전 기권을 선언하면서 힘 하나 들이지 않고 8항에 올랐다. 당시까지 조코비치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최상의 컨디션이었음에도 부전승이라는 보너스를 챙겼다. 이어 8강에서도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기권승을 거두며 체력을 비축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체력을 아낀 조코비치는 이제 준결승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야닉 신네르와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신네르는 8강에서 벤 셸턴을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하며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조코비치가 상대의 기권이라는 행운을 두 번이나 누리며 올라온 만큼, 신네르와의 진검승부에서 과연 전설의 위엄을 증명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조코비치의 우승 DNA가 상대의 부상까지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번 대회의 운은 특별하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 행운도 실력의 일부라는 말처럼, 위기의 순간을 버텨낸 조코비치의 끈기가 결국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발바닥 물집이라는 악재를 안고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상대의 기권이라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호주오픈의 황제로 불리는 조코비치가 과연 이번 대회의 기묘한 흐름을 이어가 통산 2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까. 행운의 여신이 그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실력으로 신네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는 일뿐이다. 멜버른 파크의 뜨거운 코트 위에서 펼쳐질 조코비치와 신네르의 4강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빅매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