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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규의 마지막 도박.."강정호 애원에도 울산행"

야구 팬들 사이에서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공민규가 정든 대구를 떠나 울산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현역 연장을 향한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공민규는 최근 신생팀 울산 웨일즈 야구단이 발표한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번 프로 무대를 향한 도약대에 섰다.

 

울산 웨일즈는 오는 13일과 14일 양일간 홈구장인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2차 실기 전형인 트라이아웃을 개최한다. 이번 테스트에는 무려 229명의 서류 합격자가 몰려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중 최종 합격자는 35명 안팎으로 추려질 예정인데 공민규는 A조에 편성되어 13일 오전부터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다. 벼랑 끝에 선 방출생 신분이지만 그가 가진 잠재력을 고려하면 이번 트라이아웃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공민규의 이력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인천고 시절부터 촉망받던 그는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2차 8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이듬해인 2019년 1군 무대에서 2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 4푼 5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으나 군 복무가 오히려 성장의 정체기가 되고 말았다.

 

 

 

복귀 후 성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22시즌 15경기에서 1할 5푼 8리의 타율에 그쳤고 2023시즌에도 22경기 타율 1할 9푼 4리로 고전했다. 급기야 2024시즌에는 12경기에서 타율 7푼 1리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025시즌에는 1군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53경기 타율 2할 8푼 8리 5홈런 20타점으로 나쁘지 않았으나 삼성의 두꺼운 내야진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공민규의 절실함은 행동으로 증명되었다. 그는 2024시즌을 마친 뒤 자신의 야구 인생을 걸고 고액의 사비를 들여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강정호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인 이른바 강정호 스쿨을 찾아가 타격 폼을 수정하고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2025시즌 개막부터 최종전까지 무려 197일 동안 그는 1군 호출을 받지 못한 채 대구가 아닌 경산 볼파크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삼성 구단은 결국 2025시즌 종료 후 공민규를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했다. 작년 11월 발표된 재계약 불가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오르며 공민규는 1군 통산 77경기 타율 1할 9푼 7리 4홈런 12타점이라는 성적을 남기고 무직 신세가 되었다. 27세라는 아직 젊은 나이에 마주한 방출 소식은 본인은 물론 그를 지켜보던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그를 가르쳤던 강정호의 평가다. 강정호는 지난해 국내를 방문했을 당시 공민규의 재능을 두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강정호는 공민규가 내야수로서 충분히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가졌다며 삼성이 왜 이런 선수를 활용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거포가 부족한 키움 히어로즈 같은 팀이 공민규를 데려가서 키운다면 대성할 선수라며 제자의 앞날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강정호의 바람처럼 키움과의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공민규는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섰다. 울산 웨일즈라는 신생팀의 창단 멤버로 합류해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만약 공민규가 이번 트라이아웃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그는 2026시즌 KBO 퓨처스리그를 통해 다시 프로 마운드와 타석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공민규가 가진 힘과 스윙 궤적만큼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떨쳐내고 꾸준한 기회를 보장받는다면 신생팀 울산 웨일즈의 핵심 타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강정호 스쿨에서 배운 기술적 보완점이 실전에서 어떻게 발현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공민규의 이번 도전은 단순히 한 선수의 현역 연장을 넘어 방출이라는 시련을 겪은 유망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오는 13일 문수야구장에서 펼쳐질 그의 스윙 하나하나에 많은 야구 팬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과연 공민규가 울산의 고래들 사이에서 거포 본능을 깨우고 화려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15일 발표될 최종 합격자 명단에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불문율보다 무서운 순위 경쟁..하나은행, KB와 정면 충돌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인 불문율이 농구 코트 위에 또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 불문율이 예의와 무례 사이를 지속해서 재단하게 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갈등을 키우는 도구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프로 세계의 본질은 결국 승부이며 그 승부 안에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치열한 전략적 계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WKBL) 1위 하나은행과 2위 KB국민은행의 맞대결은 바로 이 불문율과 프로의 생존 본능이 정면으로 충돌한 현장이었다.사건의 발단은 경기가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인 종료 14초 전에 발생했다. 당시 KB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87-75라는 12점 차의 넉넉한 점수로 앞서가고 있었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리바운드 경합 도중 공이 베이스 라인을 넘었고 심판은 하나은행의 공격권을 선언했다. 이때 KB 벤치에서 갑작스럽게 감독 챌린지를 요청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결과적으로 판정이 뒤집혀 공격권은 KB로 넘어왔고 KB는 남은 시간 동안 공격을 시도했다. 비록 하나은행의 수비에 막혀 슛을 던지지 못한 채 경기가 종료되었지만 이 과정 자체가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경기가 끝난 뒤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은 이례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상대 팀에 대해 예의가 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판정을 확인하며 챌린지를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상대가 챌린지로 가져온 공격권을 통해 득점을 올려 골 득실을 챙기려 한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넣지도 못할 공격을 시도한 점을 꼬집었다.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되었고 농구계에서는 승자의 예우와 불문율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뜨거워졌다. 하지만 KB국민은행 김완수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는 상대에 대한 무례가 아니라 철저하게 팀의 이익을 위한 전술적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KB는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불과 2경기 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WKBL 규정상 최종 성적이 동률일 경우 상대 전적을 따지고 그마저도 같으면 득실률 순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4위 경쟁 당시 단 1점 차의 골 득실로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갈렸던 경험을 언급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어 실점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감독으로서 당연한 책무였다는 논리다.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범 감독 역시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정반대의 입장에 선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프로농구(KBL) DB를 이끌던 2020년 1월 선두 경쟁팀인 SK와의 경기에서였다. 당시 DB는 9점 차로 앞선 종료 직전 두경민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경기를 마쳤다.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의 슛은 불문율 위반이라며 SK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그때 이 감독은 이전 대결에서 크게 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잔여 경기 일정상 골 득실을 생각해야 했기에 마지막까지 공격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과거에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던 이 감독이 이번에는 예의를 먼저 언급하며 화를 낸 상황은 불문율의 잣대가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보여준다.결국 불문율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적용하는 사람의 입장과 처한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승리를 확신한 팀이 마지막까지 점수를 짜내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비매너로 비치겠지만 순위 경쟁이 절박한 팀에게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술이 된다. 특히 이번 시즌처럼 선두권 다툼이 치열한 경우 1점의 득실 차가 시즌 전체의 농사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완수 감독의 선택을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 득실률이라는 명확한 수치가 순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프로 무대에서 감정적인 불문율을 강요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될수록 농구 팬들과 구성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 막판 10여 초를 남기고 공격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혹은 챌린지를 써도 되는지를 두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자체가 프로답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문율이 스포츠의 낭만을 유지하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순간의 감정을 정당화하거나 상대를 압박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명문화된 규정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 정신이며 팬들이 원하는 정정당당한 승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과거의 사례와 현재의 논란을 종합해볼 때 결국 정답은 없다. 다만 프로 스포츠의 생태계가 갈수록 데이터와 수치 중심으로 정교해지면서 감정적인 불문율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하나은행과 KB의 충돌은 여자농구의 뜨거운 순위 경쟁을 상징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우승을 향한 양 팀의 집념이 코트 위에서 예의라는 가면을 벗고 거칠게 부딪힌 셈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지만 룰 안에서 승리를 쟁취하려는 치열함이야말로 유료 관중을 불러 모으는 프로 스포츠의 최대 매력이다.향후 두 팀의 재대결에서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다음 맞대결은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을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코트 위의 불문율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재해석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 또한 농구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불문율이 승부의 열정을 꺾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프로 선수와 감독은 코트 위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 매너와 배려라는 이름으로 팀의 이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팬들에 대한 기만일 수도 있다. 이번 논란을 통해 농구계가 불문율에 대한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고 더욱 수준 높은 경기 운영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14초를 남기고 던진 챌린지가 결국 리그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될지 혹은 단순한 감정싸움의 잔재로 남을지는 앞으로 남은 시즌의 전개 과정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