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AI가 안무 짜고 관객이 배우 되는 GS아트센터

인공지능과 현대무용의 짜릿한 만남부터 서울 강남 거리를 통째로 무대 삼아 관객이 직접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파격 연극까지 역대급 라인업이 찾아온다. 경계 없는 예술과 경계 없는 관객을 목표로 작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화려하게 문을 연 GS아트센터가 개관 2년 차를 맞아 더욱 강력해진 기획 시즌 라인업을 8일 전격 공개했다. 센터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예술가들 시리즈를 필두로 장르 간의 벽을 허물고 동시대 창작의 가장 실험적인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할 계획이다.

 

이번 시즌의 핵심인 예술가들 시리즈는 예술적 경험의 한계를 확장해 온 혁신적인 창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올해는 멈추지 않는 협업 정신으로 장르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두 팀인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와 조각가 코헤이 나와 그리고 안무가 다미앵 잘레 콤비의 작품 세계에 주목했다. 이들은 일찌감치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탐구하며 전 세계 문화계의 찬사를 받아왔다는 공통점이 있어 벌써부터 예술 마니아들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가장 먼저 관객의 시선을 강탈할 무대는 오는 3월 27일부터 28일까지 펼쳐지는 웨인 맥그리거의 최신작 딥스타리아다. 현대무용과 시각 예술 그리고 최첨단 기술이 결합한 이 작품은 맥그리거 무용단의 정수가 담긴 명작으로 꼽힌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인공지능 기술이 안무와 음향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현존하는 물질 중 빛을 무려 99.9%나 흡수해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 소재 벤타블랙을 시각 기술로 활용해 무대를 완성했다. 관객들은 마치 깊은 심해나 신비로운 우주 한복판에 던져진 것 같은 독특하고 몽환적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이어 5월 8일부터 10일까지는 맥그리거의 대표작 인프라가 국립발레단의 몸짓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조각가 코헤이 나와와 벨기에 출신의 천재 안무가 다미앵 잘레의 협업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호흡을 맞추며 과학과 인간 신체의 관계를 파격적인 연출로 표현해 왔다.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공연될 두 번째 협업작 플래닛은 이러한 예술적 실험이 가장 아름답고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무대 위에서 흔들리고 떠도는 무용수들의 몸은 우주에 남겨진 궤적을 그리며 마치 살아 있는 조각품처럼 움직인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인간 몸의 실체와 가상의 경계를 묻는 이들의 신작 퍼포먼스와 댄스 필름 미스트 등도 관객들을 차례로 찾아갈 예정이다.

 

 

 

공연장 안에서만 즐기는 예술이 답답했다면 4월 4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오디오 워킹투어 리미니 프로토콜 리미니 서울에 주목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극장이 아닌 서울 강남 일대의 실제 거리를 무대로 삼는다. 헤드폰을 착용한 서른 명의 참가자가 안내 음성에 따라 도시 곳곳을 탐험하며 연극과 일상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리는 독특한 형식이다. 이미 전 세계 50여 개 도시에서 열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서울 버전은 이번이 최초 공개다. 늘 걷던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순식간에 거대한 무대가 되고 참가자 전원이 그 안의 배우가 되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할 전망이다.

 

GS아트센터가 준비한 이번 2년 차 라인업은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관객이 직접 체험하고 고찰하게 만드는 몰입형 예술의 정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이 예술의 감성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일상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번 시즌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강남 역삼동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GS아트센터가 제안하는 이 새로운 예술적 모험은 올 한 해 서울의 문화 지형도를 새롭게 그릴 것으로 보인다.

 

‘그림자 스펙’ 학벌, 언제까지 발목 잡을 건가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평가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시민단체 교육의봄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채용 과정에서 학벌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학벌의 벽’이 단순한 체감이 아님을 증명한다.학벌 정보는 주로 서류 전형이라는 채용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필터로 작동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출신학교를 통해 지원자의 학문적 성취도 자체보다는 ‘업무 수행 태도에서의 책임감과 성실성’이나 ‘빠른 학습 능력’ 등을 추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학벌이 개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가 아닌, 태도를 가늠하는 손쉬운 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흥미로운 지점은 학벌을 평가하는 태도에서 세대 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인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고참급 관리자일수록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3년 미만의 저연차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방침과 무관하게 학벌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채용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실제로 변화의 요구는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이 출신학교 정보를 보지 않고도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마련된다면 이를 적극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학벌 중심의 낡은 채용 관행이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제도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명확하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학력 정보를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출신학교가 개인의 순수한 능력보다는 가정 배경이나 사교육 접근성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를 채용의 잣대로 삼는 것은 불공정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3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한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 출신학교 차별을 법적으로 근절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