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서양 한복판서 미·러 '일촉즉발'…유조선 추격전

 미국과 러시아가 북대서양 공해상을 무대로 유조선 나포를 둘러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수 주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제재 위반 혐의로 러시아 국적 유조선 '마리네라'호를 나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 해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양국 간의 군사적 긴장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에 나포된 마리네라호는 과거 '벨라 1'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미국의 제재망을 피해 온 이력이 있다. 이 선박은 지난해 12월 카리브해 인근에서 미 해안경비대의 승선 시도를 피해 대서양으로 도주했으며, 당시 가이아나 국기를 거짓으로 내걸고 운항했다. 이후 러시아 기업에 매각되어 국적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이번 나포 작전은 단순한 해상 단속을 넘어선 군사 작전에 가까웠다. 영국군의 공중 감시 지원 아래 미 공군의 특수작전 지원기 U-28 드라코 3대와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가 동원됐다. 유럽우주국의 위성 레이더에는 미 해안경비대 함정이 마리네라호를 바짝 뒤쫓는 장면까지 포착될 정도로 입체적인 작전이 펼쳐졌다.

 

미국은 이번 나포가 이란 관련 제재 위반 혐의에 따른 합법적인 영장 집행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같은 날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산 불법 원유를 운송한 '다크 플리트' 유조선을 추가로 나포했다고 밝히며, 제재 위반 선박에 대한 전방위적 봉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교통부는 "해당 선박은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 국기 운항을 허가받았다"며 "공해상에서 타국 선박에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 국가에게도 허용되지 않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군 승선 이후 선박과의 모든 연락이 두절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에 터져 나온 이번 나포 사태가 향후 미·러 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환 시위' 촉발시킨 경기도의회의 이상한 해명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비 부정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30대 공무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경기도의회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의회의 책임을 묻는 수백 개의 근조화환이 도의회 청사를 뒤덮었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26일 도의회 로비에 놓인 익명의 근조화환이었다. '실무자는 죽어 나가고 의원들은 유람 가냐'는 문구가 적힌 이 화환을 의회 측이 전시회 등을 이유로 치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공노는 이를 '책임 회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으며, 이는 전공노 전국 각 지부가 동참하는 대규모 '근조화환 시위'로 번지는 계기가 됐다.시위가 본격화되면서 전공노 각 지부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연일 도의회 로비로 답지했다. 화환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상규명' 등의 문구와 함께 '근조화환을 숨겨도 책임은 숨겨지지 않는다'는 등 의회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 등 다른 노조들도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시위에 동참하며 연대했다.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에도 경기도의회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회 측은 "유족이 언론 보도를 원치 않는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고인의 부고조차 내부에 게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화환을 옮긴 것에 대해서도 "보낸 이가 없어 민원인 접견실로 옮겼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공론화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지방의회의 관행처럼 여겨져 온 국외 출장비 회계 부정 문제다. 숨진 7급 공무원 A씨는 지난해부터 의원들의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8개월간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숨지기 전날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져, 구조적 문제를 말단 실무자에게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이 사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지방의회 전체의 구조적 병폐를 드러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 의뢰로 시작된 경찰 조사는 경기도의회뿐 아니라 경기 남부 19개 시군의회로 확대된 상태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의원 156명 중 143명이 회계 부정 혐의로 입건될 만큼 문제가 심각했으며, 결국 허술한 예산 집행과 검증 시스템의 책임이 한 젊은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