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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AI 변수 뺀 깜깜이 추계"…의대 증원 시작부터 '삐걱'

 미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2040년까지 최대 1만 1천여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의의 공은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는 추계위의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의료계가 추계 방식과 결과의 타당성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2027학년도 의대 증원 역시 순탄치 않은 길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반복됐던 극심한 갈등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계위는 2040년 부족한 의사 인력 규모를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 1,136명에 이르는 '범위'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단일 수치가 아닌, 격차가 두 배에 가까운 범위 형태의 결과는 그 자체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는 향후 증원 규모를 결정할 보정심에서 각 주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를 근거로 대립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천 명 늘렸다가 현장의 혼란과 반발 속에 실제 모집인원이 줄어들고, 2026학년도에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던 과거의 경험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의료계와 정부, 수요자 대표 등이 팽팽하게 맞서는 보정심의 구조상, 이 넓은 추계 범위 안에서 합의점을 찾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료계는 추계위의 결론을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성급한 판단'이라고 일축하며 평가절하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은 추계위가 인공지능(AI) 도입, 의료기술 발전, 의사들의 생산성 변화와 같은 미래 의료 환경의 핵심 변수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과거의 방식만을 답습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추계위조차 미래 예측의 어려움과 변수 설정 과정에서의 내부 의견 차가 컸음을 인정하면서, 이번 추계 결과가 증원을 위한 완벽한 근거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냈다. 결국 '2천 명 증원 사태'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정작 그 결과물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면서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대 정원 확대라는 '양적 팽창'이 과연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수도권·인기과 쏠림 현상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데에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견이 없다. 졸업 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설립 등의 대안이 함께 추진되고는 있지만, 법률 제정과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당장의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의사 증원이라는 거대 담론이 또다시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킨 채, 필수의료 붕괴라는 발등의 불을 끄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메달 이제 그만’ 정재원, 3관왕 찢고 밀라노 접수 예고

 더 이상 그를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로 기억하는 이는 없다. 앳된 얼굴로 형들의 뒤를 밀어주던 10대 소년은 이제 한국 빙속의 명운을 짊어진 거인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앞두고, 그는 보란 듯이 태릉의 빙판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정재원의 이야기다. 그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목전에 둔 최종 리허설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정재원은 지난 14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1500m에서 1분47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종전 기록을 갈아치운 대회 신기록이었다. 앞서 매스스타트와 5000m를 제패했던 정재원은 이로써 대회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국내 무대에 적수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이번 3관왕이 주는 함의는 남다르다. 장거리 간판인 그가 중장거리인 1500m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여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올림픽 매스스타트의 트렌드는 지구력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마지막 바퀴에서 순위를 결정짓는 막판 스퍼트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파워와 단거리 선수 못지않은 스피드가 필수적이다. 정재원은 이번 대회 신기록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가 이미 80에서 90%를 넘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정재원의 올림픽 이력서는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리다. 고교생 신분으로 나선 2018 평창 대회 팀 추월 은메달, 그리고 2022 베이징 대회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대회 연속으로 세계 정상급 기량을 증명했지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향한 갈증은 여전히 그의 가슴 속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앳된 소년에서 한국 빙속의 에이스로 거듭난 그에게 이제 남은 목표는 오직 하나, 시상대 맨 위에서 애국가를 듣는 것이다.그는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여러 종목에 힘을 분산하는 대신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3일 열리는 ISU 월드컵 5차 대회마저 과감히 건너뛰기로 결정했다. 눈앞의 월드컵 랭킹 포인트보다 올림픽 당일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한 셈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그만큼 그가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자세가 얼마나 진지하고 절실한지를 보여준다.세계 무대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요릿 베르흐스마, 바르트 스빙스, 조던 스톨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계적인 강호들이 정재원의 앞길을 가로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재원은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 또한 지난 월드컵 때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며 그들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두 번의 올림픽을 경험하며 쌓은 노련미와 최전성기에 접어든 체력이 그의 든든한 무기다. 이번 올림픽이 정재원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맞이하는 첫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백년가약을 맺은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달린다.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목에 걸어주고 싶다는 로맨틱하면서도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가족의 응원은 그를 더욱 강한 전사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올해 24세가 된 정재원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신체 능력이 만개하는 최전성기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대 시절의 패기와 20대의 노련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시점이다. 경험은 무르익었고 체력은 완성됐으며 멘탈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다. 빙판 위에서 수만 번의 날을 갈아온 노력이 이제 결실을 볼 때가 왔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재원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판 위를 누구보다 뜨겁게 달굴 준비를 마쳤다. 두 번의 은메달로 충분한 예열을 마친 빙속 천재가 이제는 진정한 빙속 황제로 등극할 시간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는 2월 밀라노에서 울려 퍼질 정재원의 승전보와 기쁨의 포효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가 그려낼 금빛 레이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