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물가 42% 폭등, 환율은 나락으로…이란 민심 폭발했다

 이란 경제가 통제 불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국 화폐인 리알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고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지자, 생존의 위협을 느낀 시민들의 분노가 거리에서 폭발하고 있다. 수도 테헤란의 중심가와 그랜드바자르의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선 데 이어, 테헤란대 등 주요 대학의 학생들까지 동조 시위에 나서면서 정권을 향한 항의 시위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제 해산에 나서는 영상이 퍼지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이란 경제의 위기는 숫자가 명확히 보여준다. 30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145만 리알까지 곤두박질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불과 10년 전, 서방과의 핵합의(JCPOA) 타결 당시 환율이 달러당 3만 2000리알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화폐 가치가 무려 44분의 1 토막으로 증발해버린 셈이다. 특히 지난 6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치른 이후 불과 반년 만에 리알화 가치는 약 40%나 추가 폭락했다. 반면, 연간 물가 상승률은 12월 기준 42.2%까지 치솟으며, 가만히 있어도 자산이 녹아내리는 끔찍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

 


이러한 경제 붕괴의 고통은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닭고기, 유제품, 콩 등 기본적인 식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최근에는 식용유 부족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50대 주부는 "우유 같은 기본 식료품조차 너무 비싸 살 수 없다"고 절규했으며, 퇴직 연금으로 생활하는 한 노인은 "리알화로 받은 연금이 물건을 사려고 하면 재처럼 스러진다"고 한탄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국 화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상인들이 가격표를 달러 기준으로 책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유조차 매일 바뀌는 달러 환율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등, 사실상 국가 경제 시스템이 마비 상태에 이르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민심 이반에 이란 정부도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환율 폭락의 책임을 물어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경질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뒤늦게 "시위대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고 지시하고, "통화 시스템 개혁과 국민의 구매력 보존을 위한 조치를 추진 중"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위대를 향한 강경 진압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의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근본적인 경제 해법과 국제 사회와의 관계 개선 없이는, 이란의 위기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림자 스펙’ 학벌, 언제까지 발목 잡을 건가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평가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시민단체 교육의봄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채용 과정에서 학벌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학벌의 벽’이 단순한 체감이 아님을 증명한다.학벌 정보는 주로 서류 전형이라는 채용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필터로 작동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출신학교를 통해 지원자의 학문적 성취도 자체보다는 ‘업무 수행 태도에서의 책임감과 성실성’이나 ‘빠른 학습 능력’ 등을 추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학벌이 개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가 아닌, 태도를 가늠하는 손쉬운 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흥미로운 지점은 학벌을 평가하는 태도에서 세대 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인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고참급 관리자일수록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3년 미만의 저연차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방침과 무관하게 학벌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채용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실제로 변화의 요구는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이 출신학교 정보를 보지 않고도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마련된다면 이를 적극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학벌 중심의 낡은 채용 관행이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제도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명확하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학력 정보를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출신학교가 개인의 순수한 능력보다는 가정 배경이나 사교육 접근성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를 채용의 잣대로 삼는 것은 불공정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3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한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 출신학교 차별을 법적으로 근절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