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9년 만에 돌아온 문근영, 파격 남장 연기 도전

 배우 문근영이 9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연극 무대로 전격 복귀한다. 심지어 이번 복귀작에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파격적인 남성 역할을 맡아 연극계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 '오펀스'(Orphans)로, 문근영은 세상으로부터 동생을 지키기 위해 거칠게 살아온 형 '트릿' 역으로 분해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2016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무려 9년 만의 무대 복귀이자,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진정한 배우로서의 한계 없는 도전을 선언한 셈이다.

 

연극 '오펀스'는 198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작이다. 2013년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에는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최우수 재연 공연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그 명성을 입증했다. 작품은 필라델피아 북부를 배경으로, 사회로부터 고립된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이 우연히 중년의 갱스터 해롤드를 만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낸다. 국내에서는 2017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9년, 2022년에 걸쳐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왔으며, 내년 시즌은 벌써 네 번째 무대다.

 


이번 '오펀스' 프로덕션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젠더 프리 캐스팅'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문근영이 남성 캐릭터인 트릿을 연기하는 것 역시 이러한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단순히 여배우가 남성 역할을 맡는 것을 넘어, 성별이라는 제약을 초월해 오직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만으로 인물을 구축하겠다는 제작진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2010년 '클로저'의 앨리스, 2017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등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 온 문근영에게 이번 도전은 배우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트릿 역에는 문근영 외에도 정인지, 최석진, 오승훈이 함께 캐스팅되었으며, 해롤드 역에는 박지일, 우현주, 이석준, 양소민이, 동생 필립 역에는 김시유, 김주연, 최정우, 김단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네 번째 시즌 역시 초연부터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흥행 보증수표' 크리에이티브 팀이 다시 뭉쳐 기대를 더 한다. 뮤지컬 '팬레터', 연극 '벙커 트릴로지' 등 매 작품 깊이 있는 해석과 새로운 시도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아온 김태형 연출이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는다. 특히 김태형 연출은 이 작품의 각색까지 직접 맡아 누구보다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층 더 섬세하고 탄탄해진 무대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문근영의 파격 변신과 믿고 보는 제작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오펀스'는 내년 3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은메달 이제 그만’ 정재원, 3관왕 찢고 밀라노 접수 예고

 더 이상 그를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로 기억하는 이는 없다. 앳된 얼굴로 형들의 뒤를 밀어주던 10대 소년은 이제 한국 빙속의 명운을 짊어진 거인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앞두고, 그는 보란 듯이 태릉의 빙판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정재원의 이야기다. 그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목전에 둔 최종 리허설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정재원은 지난 14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1500m에서 1분47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종전 기록을 갈아치운 대회 신기록이었다. 앞서 매스스타트와 5000m를 제패했던 정재원은 이로써 대회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국내 무대에 적수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이번 3관왕이 주는 함의는 남다르다. 장거리 간판인 그가 중장거리인 1500m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여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올림픽 매스스타트의 트렌드는 지구력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마지막 바퀴에서 순위를 결정짓는 막판 스퍼트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파워와 단거리 선수 못지않은 스피드가 필수적이다. 정재원은 이번 대회 신기록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가 이미 80에서 90%를 넘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정재원의 올림픽 이력서는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리다. 고교생 신분으로 나선 2018 평창 대회 팀 추월 은메달, 그리고 2022 베이징 대회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대회 연속으로 세계 정상급 기량을 증명했지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향한 갈증은 여전히 그의 가슴 속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앳된 소년에서 한국 빙속의 에이스로 거듭난 그에게 이제 남은 목표는 오직 하나, 시상대 맨 위에서 애국가를 듣는 것이다.그는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여러 종목에 힘을 분산하는 대신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3일 열리는 ISU 월드컵 5차 대회마저 과감히 건너뛰기로 결정했다. 눈앞의 월드컵 랭킹 포인트보다 올림픽 당일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한 셈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그만큼 그가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자세가 얼마나 진지하고 절실한지를 보여준다.세계 무대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요릿 베르흐스마, 바르트 스빙스, 조던 스톨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계적인 강호들이 정재원의 앞길을 가로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재원은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 또한 지난 월드컵 때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며 그들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두 번의 올림픽을 경험하며 쌓은 노련미와 최전성기에 접어든 체력이 그의 든든한 무기다. 이번 올림픽이 정재원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맞이하는 첫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백년가약을 맺은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달린다.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목에 걸어주고 싶다는 로맨틱하면서도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가족의 응원은 그를 더욱 강한 전사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올해 24세가 된 정재원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신체 능력이 만개하는 최전성기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대 시절의 패기와 20대의 노련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시점이다. 경험은 무르익었고 체력은 완성됐으며 멘탈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다. 빙판 위에서 수만 번의 날을 갈아온 노력이 이제 결실을 볼 때가 왔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재원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판 위를 누구보다 뜨겁게 달굴 준비를 마쳤다. 두 번의 은메달로 충분한 예열을 마친 빙속 천재가 이제는 진정한 빙속 황제로 등극할 시간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는 2월 밀라노에서 울려 퍼질 정재원의 승전보와 기쁨의 포효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가 그려낼 금빛 레이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