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제주항공 참사 1년, 유가족에게 약속한 파격 지원책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국민 앞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리는 공식 추모식에 앞서 공개한 영상 추모사를 통해 “어떤 말로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히며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 7월 세월호,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포괄적인 사과를 표명한 데 이어, 특정 참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나온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 표명이다.

 

이 대통령은 참사의 비극성을 상기시키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해외여행을 마치고, 해외에서의 출장과 업무를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던 179분의 소중한 삶이 순식간에 비극으로 변했다”고 언급하며, 그날의 충격과 고통은 누구도 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평범한 하루가 악몽으로 변해버린 참사의 기억을 되새기며, 국가가 국민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제는 공허한 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으로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때임을 역설했다. 그는 “이제는 형식적 약속이나 공허한 말이 아닌 실질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며, 두 가지 핵심적인 약속을 제시했다. 첫째로, 사고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남겨진 유가족들의 고통을 보듬고 이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 것 역시 국가의 최우선 책무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단언하며, 심리적 안정과 의료적 지원은 물론, 법률 문제와 생계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빠짐없이, 그리고 중단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을 굳게 약속했다. 이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유가족들이 온전히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그날까지 국가가 곁에서 함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혜훈 "韓경제, 알고도 방치한 '회색 코뿔소' 상황"

 이혜훈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 상황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하며, 단기적 대응을 넘어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자는 29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여러 악재가 겹친 '퍼펙트스톰' 상태에 놓여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이를 방관해 온 구조적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확보된 재원을 민생 안정과 미래 성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재정 운용의 대전환을 예고했다.이 후보자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지목한 '회색 코뿔소'는 총 다섯 가지다. 심각한 인구 위기,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 날로 극심해지는 양극화, 산업 및 기술의 대격변, 그리고 지방 소멸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회색 코뿔소'는 거대한 몸집으로 멀리서부터 다가와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만, 사람들이 그 위협을 애써 무시하거나 안일하게 대응하다 결국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뜻하는 용어다. 이 후보자는 이들 5대 위기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한 '블랙스완'이 아니라, 오랫동안 수많은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사회 전체가 사실상 방치해 온 결과물이라고 날카롭게 진단했다. 이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던 과거의 정책적 실패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러한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이 후보자는 기획예산처의 출범 이유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눈앞의 현안에만 매몰되는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응으로는 구조적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더 멀리, 더 길게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기획예산처가 미래 비전에 기반한 '기획'과 국가 재원 배분인 '예산'을 유기적으로 연동시키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그때그때 필요한 곳에 예산을 배분하는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고, 장기적인 국가 발전 전략이라는 큰 그림 아래에서 재정이 전략적으로 투입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궁극적으로 이 후보자는 국민의 세금이 단순한 소비가 아닌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투자가 되고, 그 투자의 과실이 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전략적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기획예산처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운영 원칙으로 △더 멀리 길게 보는 기동력 있고 민첩한 조직 △권한은 나누고 참여는 늘리는 열린 조직 △운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를 얻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질문에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서도 즉답을 피하고 추후 별도의 자리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향후 재정 정책 방향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