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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위가 세계 1위 꺾어' 전설의 테니스 성대결에 시선 집중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남녀 성 대결에서 남자 프로테니스 투어의 악동 닉 키리오스가 웃었다. 2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 이벤트 매치에서 키리오스는 여자 테니스 세계 최강자인 아리나 사발렌카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완파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경기는 테니스 역사상 네 번째로 열린 공식적인 남녀 대결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이날 경기는 단순한 시합 그 이상의 축제였다. 비시즌 이벤트 매치임에도 불구하고 1만 7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열기로 가득 찼으며,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이 무려 115만 원에 달할 정도로 흥행 면에서 압도적인 파급력을 보였다. 관중들은 현대 테니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흥미로운 점은 남자 선수의 신체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도입된 독특한 규칙들이었다. 주최 측은 사발렌카가 사용하는 코트 면적을 키리오스의 구역보다 약 9% 작게 설정하여 수비 범위를 좁혀주었다. 또한 두 선수 모두에게 세컨드 서브 기회를 주지 않고 단 한 번의 서브 실수만으로도 즉시 실점하게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이는 평소 시속 200km를 상회하는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남자 선수에게는 매우 치명적이고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핸디캡도 키리오스의 재능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부상 여파로 현재 세계 랭킹이 671위까지 곤두박질친 키리오스였지만, 과거 세계 13위까지 올랐던 천재적인 감각은 여전했다. 그는 1세트와 2세트 모두 6대3이라는 점수 차를 기록하며 사발렌카를 압도했다. 여자 단식 세계 1위이자 올해 US오픈 챔피언인 사발렌카는 최선을 다해 맞섰으나 남자 선수의 파워와 코트 커버 능력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테니스 역사에서 남녀 대결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1973년 보비 리그스가 마거릿 코트를 이기며 시작된 이 대결은 같은 해 빌리 진 킹이 리그스를 꺾으며 성평등 담론의 중심에 섰다. 이후 1992년 지미 코너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제압하는 등 지금까지 여자 선수가 승리한 기록은 빌리 진 킹이 유일하다. 이번 키리오스의 승리는 다시 한번 남녀 신체 능력의 차이를 확인시켜준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결의 분위기는 과거의 무거운 사회적 담론과는 사뭇 달랐다. 과거의 대결들이 성별 간의 자존심 싸움이나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했다면, 이번 두바이 매치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했다. 경기 도중 키리오스는 익살스러운 언더핸드 서브를 선보였고,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가벼운 춤을 추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경기를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테니스 흥행을 위한 화려한 쇼라고 평가했다.

 

경기 후 키리오스는 이벤트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와의 대결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대결이 테니스 역사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패배한 사발렌카 역시 호주오픈을 앞두고 좋은 실전 훈련이 되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복수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

 

물론 이번 경기 이후 키리오스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과거 테니스계의 남녀 동일 상금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전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코트 밖에서의 사생활 문제로 꾸준히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평등을 주제로 한 이벤트에 그가 적절한 인물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결은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가진 오락적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랭킹 600위권의 남자 선수가 현존 최강의 여자 선수를 이기는 장면은 테니스 팬들에게 묘한 흥분과 읽을거리를 선사했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열린 이 특별한 이벤트가 향후 테니스 투어의 흥행에 어떤 불씨를 지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은 2명, 지방은 48명…'불수능' 직격탄 맞은 지방 의대

 2026학년도 의과대학 수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정시모집으로 넘어간 인원이 총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급 난이도로 평가받는 '불수능'의 여파로, 의대가 요구하는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전국 39개 의대 중 11개 대학에서 수시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다. 이 규모는 의대 정원이 복원되면서 전년도에 비해서는 30명 줄어든 수치지만, 모집 규모가 유사했던 2023학년도(13명)와 2024학년도(33명)와 비교했을 때는 각각 3.8배, 1.5배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어서 올해 수능의 높은 벽을 실감케 한다.이러한 대규모 미충원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이례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대부분의 의대가 수시에서 요구하는 '국어·수학·영어·탐구 중 3개 영역 등급 합 4'라는 기준은 올해 수능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도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특히 절대평가임에도 불구하고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3.1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영어 영역이 결정적인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더해,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점수 확보에 유리한 사회탐구 과목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확대되면서, 과학탐구 영역에 남은 학생들의 등급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1, 2등급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이번 '불수능'의 직격탄은 수도권보다 지방권 의대에 집중됐다. 수시 미충원 인원이 발생한 11개 대학 중 9곳이 지방권 의대였으며, 여기서 발생한 이월 인원만 48명에 달했다. 반면 서울권 의대는 고려대와 연세대 2곳에서 각각 1명씩, 총 2명의 인원이 이월되는 데 그쳐 대조를 이뤘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인제대학교가 14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우지 못했고, 그 뒤를 이어 충남대학교 11명, 한림대학교와 원광대학교가 각각 5명,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가 4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높은 지방 의대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이번 불수능의 파고를 넘지 못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결과적으로 수시에서 넘어온 50명의 인원은 현재 원서 접수가 한창인 2026학년도 정시모집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역대급 불수능으로 인해 자연계열 최상위권 고득점자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50개의 의대 정시 모집정원이 추가로 확보되면서 의대 입시 경쟁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시에서 고배를 마신 수험생들에게는 정시에서 의대 문이 예상보다 넓어지는 '기회'가,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더욱 치열한 눈치 싸움이 예고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