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인만 늘어난 일본의 비극, 60년 만에 최악의 소득 격차

 일본 사회의 소득 격차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일본 후생노동성이 전날 발표한 '2023년 소득 재분배 조사' 결과를 인용해 소득 불평등의 골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를 납부하기 전의 최초 소득을 기준으로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지니계수'가 2023년 0.5855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의 0.5700보다 0.0155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로, 관련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62년 이래 60여 년 만에 가장 악화한 기록이다. 0에서 1 사이의 숫자로 표시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함을 의미하는 지니계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은 일본 사회의 소득 분배 구조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 심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일본이 오래전부터 마주해 온 고질적인 '고령화' 문제가 지목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고령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제 활동을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 등에 의존하는 저소득 고령층이 크게 증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즉, 일하는 젊은 세대와 은퇴한 노년 세대 간의 소득 격차가 사회 전체의 불평등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의 차원을 넘어, 인구 구조의 변화라는 거시적인 흐름이 일본 사회의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암울한 지표 이면에는 주목할 만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세금, 연금, 의료, 복지 서비스 등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이 가동된 이후의 지니계수는 0.3825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최초 소득 단계에서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소득 격차가 정부의 개입을 통해 34.7%나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시장 논리에만 맡겨두었을 경우 극단으로 치달았을 불평등을 세금과 복지라는 사회적 안전망이 상당 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후생노동성 역시 "재분배 기능에 따른 개선 수준 역시 역대 최대"라고 설명하며, 고령화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조사는 일본 사회가 처한 딜레마와 그 해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쪽에서는 고령화라는 거대한 파도가 소득 격차를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밀어 올리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작동하는 소득 재분배 정책이 그 파고를 막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촘촘한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시사한다. 역대 최악의 불평등과 역대 최대의 정책 효과라는 두 개의 기록은 앞으로 일본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화가 현실로' 벤피카 수문장의 미친 반전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만화 같은 장면이 현실로 펼쳐졌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을 의심케 한 주인공은 바로 SL 벤피카의 수문장 아나톨리 트루빈이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벤피카는 29일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8차전에서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4-2 대역전승을 거두며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이번 승리로 벤피카는 드라마 같은 반전을 썼다. 8경기 3승 5패, 승점 9점을 기록한 벤피카는 마르세유와 승점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단 1골 차이로 앞서며 전체 24위, 즉 16강 플레이오프행 막차를 탔다. 반면 우승 후보 레알 마드리드는 승점 15점에 머물며 9위로 밀려나 8위까지 주어지는 16강 본선 직행 티켓을 놓치는 굴욕을 맛봤다.경기는 초반부터 뜨거웠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전반 30분 라울 아센시오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킬리안 음바페가 머리로 밀어 넣으며 앞서갔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운 결정력이었다. 하지만 벤피카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불과 6분 뒤 반젤리스 파블리디스의 도움을 받은 안드레아스 시엘데루프가 동점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파블리디스가 직접 얻어낸 페너티 킥을 성공시키며 2-1로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전은 그야말로 난타전이었다. 벤피카의 시엘데루프가 추가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리자, 음바페가 다시 한번 추격 골을 터뜨리며 벤피카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3-2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벤피카에게 기회가 왔다. 후반 막판 레알 마드리드의 아센시오와 호드리구가 연달아 퇴장당하며 경기장에는 9명의 레알 선수만 남게 된 것이다.하지만 벤피카에게 3-2 승리는 부족했다. 1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득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때 믿기지 않는 영웅이 등장했다. 후반 53분 마지막 프리킥 찬스에서 박스 안으로 공격 가담을 한 아나톨리 트루빈 골키퍼가 높게 뜬 공을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광란의 도가니가 됐고, 벤피카는 4-2 스코어를 완성하며 극적으로 생존했다.경기가 끝난 후 트루빈은 자신이 득점하게 된 황당하고도 절박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실 자신은 득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고백했다. 트루빈은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상대 크로스를 잡으면 무릎을 꿇고 시간을 끌며 3-2 승리를 지키려 했다고 털어놨다. 그 시점까지만 해도 1골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트루빈을 깨운 것은 동료들의 절규였다. 마지막 프리킥 상황이 선언되자 벤피카 동료들이 트루빈을 향해 미친 듯이 손짓하며 올라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트루빈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며 우리가 한 골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박스 안으로 전력 질주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만약 동료들의 외침이 없었다면 트루빈은 골문에 머물렀을 것이고, 벤피카는 승리하고도 탈락하는 비극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트루빈의 활약은 득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본업인 골키퍼로서도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90분 내내 골문을 지키며 4번의 결정적인 선방과 3번의 다이빙 세이브를 기록해 음바페와 주드 벨링엄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기록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트루빈은 이날 경기에서 박스 내 세이브 2회를 포함해 팀 승리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유럽 현지 언론들은 무리뉴 감독의 용병술과 함께 트루빈의 집념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대 클럽을 상대로 골키퍼가 직접 쐐기 골을 박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장면은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벤피카 팬들은 이제 트루빈을 단순한 골키퍼가 아닌 팀의 생존을 이끈 수호신으로 추대하고 있다.역대급 기적을 쓴 벤피카는 이제 16강 플레이오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골 넣는 골키퍼 트루빈과 '우승 청부사'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이들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