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빚 갚는' 성실 채무자에게도 혜택…소액대출 대상 넓어진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정책서민금융의 재원을 대폭 확충하고 보증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의 후속 조치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권의 재원 분담을 늘려 정책서민금융의 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채무조정 이행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이뤄진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서민금융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금융회사의 연간 출연금 규모를 대폭 늘린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에 내는 금융권의 연간 총 출연금은 현행 4348억 원에서 6321억 원으로 1973억 원이나 증가한다. 특히 부담이 커지는 곳은 은행권이다.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출연요율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반면, 은행권의 출연요율은 가계대출 잔액의 0.06%에서 0.1%로 크게 상향 조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은행권에서 연간 3818억 원, 비은행권에서 2503억 원의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금리 시기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권이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원 확충과 함께 서민들의 실질적인 재기를 돕기 위한 보증 지원도 대폭 강화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신용회복위원회의 소액대출 이용자에게 신용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새롭게 마련됐다. 이는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보증을 통해 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신복위의 소액대출 연간 공급 규모는 기존 1200억 원에서 4200억 원으로 3배 이상 크게 늘어난다. 또한 지원 대상도 기존의 신복위 채무조정 이행자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확대되어 더 넓은 범위의 취약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벼랑 끝에 몰린 채무자들이 중도에 탈락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한 저금리 대출 공급과 보증 지원 확대는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채무자들이 건전한 금융 생활로 복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약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 남은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고금리 파고 속에서 정책서민금융이 취약계층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골 학교의 '나 홀로 졸업생', 모두의 축복 속 새 출발

 경북 영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전교생이 11명뿐인 작은 초등학교에서 단 한 명의 졸업생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64회 졸업생을 배출한 거여초등학교의 유일한 졸업생 정세율 군은, 후배들과 교직원, 학부모의 온전한 축복 속에서 6년간의 초등 과정을 마치는 주인공이 되었다.196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농촌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현재 2학년부터 5학년까지 총 10명의 후배만이 학교를 지키고 있으며, 이날 정 군이 졸업하면서 6학년 교실은 다시 주인을 기다리게 됐다. 졸업식은 엄숙함 대신 모두가 함께하는 작은 잔치처럼 꾸며졌다.정 군이 이곳에 온 것은 2학년 겨울이었다. 전학 왔을 때 동급생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외로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2학년 후배 2명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복식 학급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이끌고 챙기는 듬직한 형으로 자리 잡았다.선생님과 후배들은 한목소리로 정 군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담임 교사는 정 군이 정이 많고 학습 태도가 우수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정 군을 따르던 후배들은 "착하고 잘 놀아주던 형이 떠나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들은 그가 새로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지내리라 믿으며 앞날을 응원했다.졸업식은 정 군 한 사람을 위해 짜인 알찬 순서로 채워졌다. 그의 학교생활을 담은 영상과 후배들의 축하 메시지가 상영될 때 장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개근상을 시작으로 영천시장상 등 5개가 넘는 상장과 장학증서를 받기 위해 쉴 새 없이 단상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졸업식의 특별한 볼거리였다.이제 정 군은 3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정든 학교를 떠나 더 많은 친구가 있는 중학교에 진학한다. 5년간 동급생 없이 지낸 특별한 경험과,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졸업식을 마친 그는 후배들과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씩씩하게 교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