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네스코의 경고, 서울시는 한 달 넘게 '묵묵부답'으로 일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의 '한 달 묵묵부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네스코가 종묘의 경관 훼손을 우려하며 관련 자료 제출과 사업 중단을 권고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서울시가 한 달이 넘도록 사실상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유산의 보존 가치를 감독하는 국제기구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사실상 외면한 것으로, 문화유산을 대하는 서울시의 안일한 인식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중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국가유산청을 통해 서울시에 전달한 한 통의 서한이었다. 유네스코는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최고 145m 높이의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조선 왕조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역사적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정식으로 받을 것을 권고하고, 평가 결과가 검토될 때까지 사업 승인을 중지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또한, 이 모든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와 입장을 한 달 이내에 회신해달라는 명확한 시한까지 못 박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대응은 상식 밖이었다. 국가유산청이 11월 17일과 12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 유네스코의 요청에 대한 답변과 자료 제출을 재촉했음에도, 서울시는 한 달이 다 되어서야 고작 A4용지 한 장 분량의 공문을 보내왔다. 문서의 제목은 '중간 회신'이었지만, 정작 유네스코가 요청한 핵심 내용인 세계유산영향평가나 사업 중단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대신 '추가 논의를 위한 조정 회의 개최'를 요청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었을 뿐, 회의의 구체적인 안건이나 대상, 목적조차 설명하지 않은 '내용 없는 회신'이었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사실상 '회신으로 볼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서울시가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이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또한 세계유산인 종묘를 품고 있는 수도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건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서울시의 세계유산 보존 의지와 행정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화환 시위' 촉발시킨 경기도의회의 이상한 해명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비 부정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30대 공무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경기도의회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의회의 책임을 묻는 수백 개의 근조화환이 도의회 청사를 뒤덮었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26일 도의회 로비에 놓인 익명의 근조화환이었다. '실무자는 죽어 나가고 의원들은 유람 가냐'는 문구가 적힌 이 화환을 의회 측이 전시회 등을 이유로 치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공노는 이를 '책임 회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으며, 이는 전공노 전국 각 지부가 동참하는 대규모 '근조화환 시위'로 번지는 계기가 됐다.시위가 본격화되면서 전공노 각 지부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연일 도의회 로비로 답지했다. 화환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상규명' 등의 문구와 함께 '근조화환을 숨겨도 책임은 숨겨지지 않는다'는 등 의회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 등 다른 노조들도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시위에 동참하며 연대했다.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에도 경기도의회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회 측은 "유족이 언론 보도를 원치 않는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고인의 부고조차 내부에 게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화환을 옮긴 것에 대해서도 "보낸 이가 없어 민원인 접견실로 옮겼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공론화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지방의회의 관행처럼 여겨져 온 국외 출장비 회계 부정 문제다. 숨진 7급 공무원 A씨는 지난해부터 의원들의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8개월간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숨지기 전날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져, 구조적 문제를 말단 실무자에게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이 사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지방의회 전체의 구조적 병폐를 드러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 의뢰로 시작된 경찰 조사는 경기도의회뿐 아니라 경기 남부 19개 시군의회로 확대된 상태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의원 156명 중 143명이 회계 부정 혐의로 입건될 만큼 문제가 심각했으며, 결국 허술한 예산 집행과 검증 시스템의 책임이 한 젊은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