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발레계의 몬드리안’이라 불린 남자, 그가 남긴 150편의 유산

 20세기 무용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발레계의 몬드리안', 한스 판 마넨이 현지시간으로 17일, 93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은 성명을 통해 상임 안무가였던 그의 별세 소식을 공식적으로 전했다. 그는 발레의 고전적인 형식과 현대적인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무용계의 흐름을 바꾼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의 안무 스타일은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움직임의 본질에 집중하는 간결하고 추상적인 미학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마치 추상미술의 거장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하여 '발레계의 몬드리안'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193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그는 1951년 무용수로 처음 무대에 선 이후, 불과 23세의 나이에 안무가로서의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30세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업 안무가의 길을 걸으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과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상주 안무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반세기가 넘는 기나긴 활동 기간 동안 그가 남긴 작품은 무려 150편 이상에 달하며, 그의 독보적인 안무는 오늘날에도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전 세계 90여 개에 달하는 유수의 발레단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시대를 초월하는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영향력은 국내 발레계에도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캄머발레>와 <파이브 탱고스>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서울시발레단이 성공적으로 공연하며 국내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들은 극도로 절제되고 간결한 구성 속에서도 폭발적인 긴장감과 음악에 대한 정밀한 해석을 선보이며, 한국 발레계에 현대 레퍼토리의 새로운 기준과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들은 클래식 발레와는 또 다른, 모던하고 세련된 발레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무용계에 바친 평생의 헌신과 위대한 업적을 인정받아, 그는 유럽 최고 영예의 상으로 꼽히는 '에라스뮈스 상'과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평생 공로상 등을 수상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았다. 그의 곁에는 오랜 시간 예술적 동반자이자 인생의 파트너였던 동성 배우자, 사진가 겸 촬영감독 헹크 판 데이크가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한 그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위대한 예술적 유산은 앞으로도 전 세계 무대 위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김정은, '새로운 5년' 선언. 9차 당대회서 국방 구상 공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국방력 강화 5개년 구상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군 창건 78주년인 2월 8일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달 하순 열릴 제9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향후 5년간의 국방 분야 과업을 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발표는 대미 또는 대남 비난 없이 오직 군의 역할과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이번 구상 발표 예고는 2021년 초 제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공개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당시 계획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핵잠수함 보유 등 민감한 군사 목표들이 포함되었던 만큼, 이번 9차 당 대회에서 공개될 새로운 계획의 내용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해외특수작전부대' 지휘관과 전투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경의를 표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이 기존에 알려진 무기 거래 수준을 넘어 인적 교류까지 심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김 위원장은 지난 5년을 "격변 속에 흘러온 승리의 여정"으로 평가하며 군의 역할을 높이 샀다. 그는 군의 헌신이 없었다면 현재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를 군의 공훈이 두드러졌던 해로 규정했다. 또한 올해는 군의 투쟁 전선이 더 넓어지고 과감한 분투가 요구되는 '거창한 변혁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연설 이후 김 위원장은 국방성의 주요 지휘관 및 제대군인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체육 경기를 관람하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는 행보를 보였다. 이날 방문에는 박정천, 노광철, 리영길, 김광혁 등 국방성 주요 간부들이 대거 동행하여 군에 대한 당의 신임을 과시했다.한편, 건군절을 맞아 다른 군 고위 간부들은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등 별도의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의 국방성 방문과 별개로 진행된 이 행사는 체제에 대한 군의 충성심을 재확인하고 내부 기강을 다지는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