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쿠팡 과로사, 김범석이 직접 지휘했다 "일한 기록 지워!"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고(故) 장덕준 씨의 과로사 의혹과 관련해,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였던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직접 노동자의 과로 증거를 축소하고 은폐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4년 만에 드러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그간 쿠팡이 주장해 온 '과로사 부인'의 배경에 최고 경영진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난 17일 SBS는 장 씨가 사망한 직후 김범석 당시 대표(메신저명 'BOM')와 전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2020년 10월 12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를 하던 장 씨는 퇴근 직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유족들은 1년 4개월간의 고강도 노동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공개된 대화에서 김 대표는 CPO에게 '물 마시기', '대기 중', '빈 카트 옮기는 것', '화장실'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사내 영상 및 기록 관리를 지시했다. 특히 김 대표는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충격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 씨가 쉬지 않고 일했다는 증거를 사전에 제거하거나 최소화하여,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CPO는 김 대표의 지시 내용을 받아 적으며 영상 재생에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고, 김 대표는 "시간제 노동자는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닌데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장 씨의 노동 강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시는 장 씨 사망 직후인 그해 10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쿠팡 측은 국회에서 유족들의 과로사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어, 최고 경영진의 지시가 조직적인 대응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쿠팡 내부 자료에 장 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화장실을 가거나 음료수를 마신 시간까지 분초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김 대표가 메신저에서 사용했던 영어 단어들이 그대로 옮겨져 정리된 엑셀 파일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돼, 쿠팡이 노동자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철저히 감시하고 관리해왔음을 보여준다.

 

민사 소송을 통해 4년여 만에 과로사를 인정받은 유족 측은 SBS에 "당시 쿠팡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대응이 이제야 이해된다"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해당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쿠팡은 SBS에 "해임된 전 임원(CPO)이 쿠팡에 불만을 품고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한 것"이라며, 해당 전 임원이 제기한 해고무효 법정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쿠팡이 승소했음을 강조하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폭로로 인해 쿠팡은 단순한 과로사 논란을 넘어, 최고 경영진의 지시에 의한 증거 은폐 및 사생활 침해 의혹이라는 중대한 윤리적, 법적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노동계는 즉각적인 진상 규명과 함께 김범석 의장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작년에만 4500가구 보증금 떼였다, 사고의 96%는 지방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법인 임대사업자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법인 임대보증금 사고액과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법인 임대보증금 사고액은 6795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불과 3년 전인 2021년(409억 원)과 비교하면 16배 이상 폭증한 규모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사고로 처리된 가구 수 역시 4489가구로 역대 가장 많았다.문제의 심각성은 사고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발생한 보증 사고의 96%가 비수도권에서 터져 나왔다. 광주광역시가 2219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고, 전라남도(1321억 원), 전라북도(736억 원), 부산(715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지방의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역전세'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법인 임대사업자마저 한계에 부딪혔음을 보여준다.임대보증은 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가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다. 개인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과는 별개의 제도로, 그간 개인 전세사기 문제에 가려져 있던 법인 임대 시장의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HUG의 재정 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대신 갚아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이 5197억 원으로 급증한 반면,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한 금액은 극히 미미했다. 대위변제액 대비 회수액을 나타내는 회수율은 2021년 75.6%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5.2%까지 곤두박질쳤다. 사실상 떼인 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이는 개인 전세보증의 가입 요건이 부채비율 90%로 강화되면서 사고가 줄어드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법인 임대보증은 지난해 1월부터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었지만, 아직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냉각기가 계속되는 한, 법인 임대사업자의 연쇄적인 채무 불이행과 그로 인한 보증 사고는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