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진짜 부자들은 로고를 입지 않는다…'조용한 명품'의 제왕, 쿠치넬리 이야기

 로고를 감추고 오직 품질과 철학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조용한 럭셔리'의 시대가 도래하며,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성공 신화는 1978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창립자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도시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목격하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된다. 이는 훗날 그의 경영 철학인 '인본주의적 자본주의'의 씨앗이 되었다. 스물다섯의 청년 쿠치넬리는 당시 패션계의 관습을 깨고 무채색 일색이던 캐시미어 시장에 다채로운 색상의 여성용 스웨터를 선보이는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의 출시가 아니라, 과시적 사치를 넘어 정직한 품질과 시간을 견디는 우아함을 추구하겠다는 그의 신념을 세상에 알리는 출사표와 같았다.

 

브랜드 설립 4년 후, 쿠치넬리는 아내의 고향이자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던 14세기 중세 성곽 마을 '솔로메오'를 통째로 매입해 브랜드의 본거지로 삼는, 더욱 놀라운 결정을 내린다. 이는 단순한 회사 이전이 아니라, 그의 인본주의 철학을 실현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는 마을을 복원하고 극장과 도서관을 지었으며, 직원들에게는 업계 평균보다 20%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정시 퇴근과 근무 시간 외 이메일 금지를 제도화하는 파격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 그에게 회사는 이윤 창출을 넘어 노동자의 존엄성을 지키고, 장인 정신과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였다. 솔로메오 마을 자체가 브루넬로 쿠치넬리라는 브랜드의 철학이 응집된 살아있는 증거인 셈이다.

 


2020년대 들어 '올드머니 룩'과 '조용한 럭셔리'가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로고 플레이를 지양하고 소재와 실루엣의 본질에 집중해 온 쿠치넬리의 가치는 더욱 폭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의 옷에는 브랜드를 드러내는 과시적인 장치가 거의 없다. 대신 세계 최고급 몽골산 캐시미어 니트의 부드러운 질감, 몸의 곡선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디건처럼 편안한 테일러드 재킷, 어떤 스타일과도 조화를 이루는 뉴트럴 톤의 팬츠가 그 자체로 브랜드의 품격을 증명한다. 여성 라인에 사용되는 '모닐리'라는 미세한 메탈 비즈 장식조차 화려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옷의 완성도를 높이는 최소한의 빛으로 작용하며 절제된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영향력은 이제 패션을 넘어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창립자의 내한과 함께 성대하게 열린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행사는 한국 시장에서도 이들이 단순한 명품이 아닌, 하나의 철학적 가치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히말라야 지역의 자립을 돕는 재생 패션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실천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거장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그의 삶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옷을 파는 브랜드를 넘어, 시대를 초월하는 인문학적 가치를 전파하는 '현대의 철학자'로 인정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연금 깎일 걱정 끝, 6월부터 일하는 노인에게 희소식

 일하는 노년층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민연금 제도의 모순이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부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의 경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연금을 삭감하던 불합리한 규정을 손질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올해 6월부터 그 첫 단계가 시행된다.핵심은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의 단계적 폐지다. 현행 제도는 연금 수급자가 일정 소득(A값, 2024년 기준 약 309만 원)을 넘어서면 연금액의 일부를 삭감하는 구조다. 이는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계속해야 하는 노년층에게는 사실상 '벌금'처럼 작용하며 노동 시장 참여를 가로막는 족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연금이 깎이는 노년층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지난해에만 약 13만 7천 명에 달하는 수급자가 소득 활동을 이유로 총 2,429억 원에 달하는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는 개인의 손실을 넘어, 고령층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기도 한 사안이다.정부는 우선 올해 6월부터 감액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 기존 5개로 나뉘어 있던 감액 구간 중 하위 2개 구간을 폐지하여, 월 소득이 A값에 200만 원을 더한 약 509만 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월 309만 원만 넘어도 연금이 삭감됐지만, 이제는 그 기준이 200만 원가량 상향 조정되는 셈이다.이번 조치는 단순히 삭감됐던 연금을 되돌려주는 것을 넘어, 일하는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고 이들의 경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년층의 경제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물론 제도 개편에 따른 재정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1단계 완화 조치에만 향후 5년간 약 5,356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며 제도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