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AI가 한복 디자인하고, 해녀가 발레를?…'K-전통'에 벌어진 상상도 못한 일들

 '전통은 고루하다'는 낡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한복 유니폼 시안을 만들고, 3D 입체 영상 기술이 제주 해녀의 깊은 바닷속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제 전통문화는 보존해야 할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현대적 감각을 만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업은 전통 기업에 기술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며 산업 생태계의 지형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혁신이용권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닌 '연결'에 있다. 전통문화 분야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정부가 최대 2,200만 원 상당의 이용권(바우처)을 지급한다. 기업은 이 이용권을 활용해 IT, 디자인, 홍보·마케팅 등 전문성을 갖춘 외부 기업의 서비스를 구매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전통 기업에게는 혁신의 기회를, 기술을 가진 공급 기업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는 '윈윈' 구조다. 궁극적으로는 외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율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올해 사업은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들을 쏟아냈다.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청미르발레단'은 기술 융합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줬다. 특수 소재 의상과 3D 무대 영상 기술을 빌려 제주 해녀 문화를 창작 발레로 재탄생시켰고, 이는 베트남 초청 공연에서 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밖에도 맞춤형 패키지 디자인으로 매출을 500%나 끌어올린 도자기 스튜디오, 전통 까치 모티브 상품으로 프랑스 파리 박람회에 진출해 5만 달러의 수출길을 연 기업, 생성형 AI로 한복 근무복 제작 공정을 혁신한 사례까지. 모두 전통이 기술을 만났을 때 얼마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증명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공 뒤에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주관 기관의 세심한 기획이 있었다. 문체부는 전통문화를 K-콘텐츠의 핵심 원천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진원은 일회성 매칭에 그치지 않고, 영세 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홍보 마케팅과 플랫폼 구축 분야의 지원을 강화하며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도록 도왔다. 그 결과 참여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과 투자 유치라는 '스케일업'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은 이제 전통이 미래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성장 사다리'가 되고 있다.

 

'671위가 세계 1위 꺾어' 전설의 테니스 성대결에 시선 집중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남녀 성 대결에서 남자 프로테니스 투어의 악동 닉 키리오스가 웃었다. 2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 이벤트 매치에서 키리오스는 여자 테니스 세계 최강자인 아리나 사발렌카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완파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경기는 테니스 역사상 네 번째로 열린 공식적인 남녀 대결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이날 경기는 단순한 시합 그 이상의 축제였다. 비시즌 이벤트 매치임에도 불구하고 1만 7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열기로 가득 찼으며,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이 무려 115만 원에 달할 정도로 흥행 면에서 압도적인 파급력을 보였다. 관중들은 현대 테니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흥미로운 점은 남자 선수의 신체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도입된 독특한 규칙들이었다. 주최 측은 사발렌카가 사용하는 코트 면적을 키리오스의 구역보다 약 9% 작게 설정하여 수비 범위를 좁혀주었다. 또한 두 선수 모두에게 세컨드 서브 기회를 주지 않고 단 한 번의 서브 실수만으로도 즉시 실점하게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이는 평소 시속 200km를 상회하는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남자 선수에게는 매우 치명적이고 불리한 조건이었다.하지만 이러한 핸디캡도 키리오스의 재능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부상 여파로 현재 세계 랭킹이 671위까지 곤두박질친 키리오스였지만, 과거 세계 13위까지 올랐던 천재적인 감각은 여전했다. 그는 1세트와 2세트 모두 6대3이라는 점수 차를 기록하며 사발렌카를 압도했다. 여자 단식 세계 1위이자 올해 US오픈 챔피언인 사발렌카는 최선을 다해 맞섰으나 남자 선수의 파워와 코트 커버 능력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테니스 역사에서 남녀 대결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1973년 보비 리그스가 마거릿 코트를 이기며 시작된 이 대결은 같은 해 빌리 진 킹이 리그스를 꺾으며 성평등 담론의 중심에 섰다. 이후 1992년 지미 코너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제압하는 등 지금까지 여자 선수가 승리한 기록은 빌리 진 킹이 유일하다. 이번 키리오스의 승리는 다시 한번 남녀 신체 능력의 차이를 확인시켜준 결과가 되었다.그러나 이번 대결의 분위기는 과거의 무거운 사회적 담론과는 사뭇 달랐다. 과거의 대결들이 성별 간의 자존심 싸움이나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했다면, 이번 두바이 매치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했다. 경기 도중 키리오스는 익살스러운 언더핸드 서브를 선보였고,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가벼운 춤을 추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경기를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테니스 흥행을 위한 화려한 쇼라고 평가했다.경기 후 키리오스는 이벤트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와의 대결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대결이 테니스 역사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패배한 사발렌카 역시 호주오픈을 앞두고 좋은 실전 훈련이 되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복수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물론 이번 경기 이후 키리오스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과거 테니스계의 남녀 동일 상금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전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코트 밖에서의 사생활 문제로 꾸준히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평등을 주제로 한 이벤트에 그가 적절한 인물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결은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가진 오락적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랭킹 600위권의 남자 선수가 현존 최강의 여자 선수를 이기는 장면은 테니스 팬들에게 묘한 흥분과 읽을거리를 선사했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열린 이 특별한 이벤트가 향후 테니스 투어의 흥행에 어떤 불씨를 지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