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 콕 집어 '관세 폭탄'…멕시코, FTA 미체결국에 등 돌렸다

 멕시코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 인상을 공식화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현지시각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멕시코에서 판매하려면 멕시코에서 생산하라'는 노골적인 기조를 강조하며, 생산망 내 국산 부품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려 멕시코를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드러냈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기업들에게 멕시코 현지 생산을 강제하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의 신호탄으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전략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일반수출입세법 개정안에 따른 것으로, 멕시코 정부가 '전략 품목'으로 지정한 1,463개 품목에 대해 최소 5%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는 자동차 부품,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가 대거 포함되어 있어 국내 관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관세 폭탄을 맞게 될 국가는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모든 나라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의 주요 수출국들이 명단에 올랐다. 사실상 북미와 유럽 등 거대 경제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를 겨냥한 광범위한 조치인 셈이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한국, 중국, 러시아 등 FTA 미체결국 명단을 직접 제시하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들 국가와의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국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경쟁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실제로는 한국과 중국 등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멕시코 시장에서 막대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제품에 높은 관세 장벽을 쌓아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멕시코의 이번 결정은 지정학적 목적이나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한국과 중국 등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멕시코를 활용해 온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기지 이전이나 투자 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라'는 이번 최후통첩은 단순히 관세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될 관세 장벽 앞에서 우리 기업들의 셈법 역시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사람이 없다, 미래가 없다…산업기술인력 4만 명 부족 '경고등'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 현장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바이오·헬스,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등 국가 경제를 이끄는 주력 산업 분야에서 당장 투입되어야 할 산업기술인력이 약 4만 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근로자 10인 이상 전국 2만여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 산업 현장의 정상적인 경영과 생산 활동을 위해 필요한 인력 부족분이 총 3만 983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수치로, 인력 부족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인력 부족 현상은 특정 산업에 더욱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부족 인원이 6561명으로, 12대 주력 산업 중 가장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전자(5639명), 화학(4620명), 기계(4292명) 순으로 인력 부족이 심각했다. 부족률로 따져보면 소프트웨어, 화학, 바이오·헬스, 섬유 산업이 3~4%대로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아, 이들 분야의 구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게 한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할 핵심 동력 산업들이 정작 '사람이 없어' 삐걱대고 있는 것이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력난이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수도권 쏠림 현상과 맞물려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전체 부족 인원의 무려 90.5%가 중소 규모 사업체에서 발생했다.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 부족률이 높아지는 뚜렷한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는 대기업으로 인재가 쏠리고 중소기업은 구인에 애를 먹는 고질적인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의 산업기술인력 비중은 2022년 50.0%에서 2024년 50.34%로 꾸준히 증가하며, 비수도권 기업들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산업기술인력은 173만 5669명으로 전년보다 1만 8823명 늘었고, 특히 반도체(4.3%)와 바이오헬스(4.0%) 산업의 인력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8년간 감소세를 면치 못했던 조선업 인력이 2년 연속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다. 퇴사율 역시 9.0%로 5년 연속 하락하며 고용 안정성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서 느끼는 인력 부족의 고통은 여전하다. 인력의 양적 증가와 별개로, 기업이 진짜 필요로 하는 숙련된 기술 인력의 질적 미스매치와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