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환시장 '최후의 보루'…환율 방어선에 국민연금이 등판한 이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 구성된 외환당국이 국내 외환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과 손을 잡고 6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5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외환 방어막을 구축했다. 양측은 15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맺었던 외환스와프 계약을 202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번 계약 연장은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금융 환경 속에서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고 시장의 불안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부와 국민연금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외환시장의 '안전핀'을 더욱 단단히 채운 셈이다.

 

이번 외환스와프 계약의 핵심은 외환시장의 '고래'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수요를 시장 밖에서 흡수하는 데 있다. 국민연금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위해 평소에도 막대한 양의 달러를 사들인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민연금마저 대규모 달러 매수에 나서면 시장의 쏠림 현상을 부추겨 원화 가치의 추가적인 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 외환스와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대신,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에서 직접 달러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고도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어, 환율의 급격한 널뛰기를 막는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거래는 외환당국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도 '윈윈' 전략이다. 국민연금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기금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극대화하는 것이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에게 환율 변동은 수익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해외 자산의 가치가 아무리 올라도 환차손 때문에 전체 수익률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에게 이런 환율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환헤지' 수단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비싼 값에 달러를 사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외화를 조달해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고, 이를 통해 기금의 수익성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외환스와프 연장 합의는 외환시장의 안정과 국민의 노후 자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다목적 카드라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 없이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고, 국민연금은 환율 변동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이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외부 경제 충격에 대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2년간, 650억 달러 규모의 이 든든한 방어선이 대한민국 금융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 "AI 변수 뺀 깜깜이 추계"…의대 증원 시작부터 '삐걱'

 미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2040년까지 최대 1만 1천여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의의 공은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는 추계위의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의료계가 추계 방식과 결과의 타당성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2027학년도 의대 증원 역시 순탄치 않은 길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반복됐던 극심한 갈등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추계위는 2040년 부족한 의사 인력 규모를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 1,136명에 이르는 '범위'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단일 수치가 아닌, 격차가 두 배에 가까운 범위 형태의 결과는 그 자체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는 향후 증원 규모를 결정할 보정심에서 각 주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를 근거로 대립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천 명 늘렸다가 현장의 혼란과 반발 속에 실제 모집인원이 줄어들고, 2026학년도에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던 과거의 경험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의료계와 정부, 수요자 대표 등이 팽팽하게 맞서는 보정심의 구조상, 이 넓은 추계 범위 안에서 합의점을 찾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의료계는 추계위의 결론을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성급한 판단'이라고 일축하며 평가절하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은 추계위가 인공지능(AI) 도입, 의료기술 발전, 의사들의 생산성 변화와 같은 미래 의료 환경의 핵심 변수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과거의 방식만을 답습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추계위조차 미래 예측의 어려움과 변수 설정 과정에서의 내부 의견 차가 컸음을 인정하면서, 이번 추계 결과가 증원을 위한 완벽한 근거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냈다. 결국 '2천 명 증원 사태'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정작 그 결과물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면서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대 정원 확대라는 '양적 팽창'이 과연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수도권·인기과 쏠림 현상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데에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견이 없다. 졸업 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설립 등의 대안이 함께 추진되고는 있지만, 법률 제정과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당장의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의사 증원이라는 거대 담론이 또다시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킨 채, 필수의료 붕괴라는 발등의 불을 끄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