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장 담그기' 다음은 바로 '이것'…유네스코 등재 노리는 한국의 비밀병기

 이탈리아의 요리 문화와 스위스의 요들링처럼 각 나라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이 깃든 고유한 문화들이 인류가 함께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무형유산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20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55건을 포함해 총 69건의 신규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지키고 가꿔나가야 할 인류의 무형 자산은 누적 849건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특정 국가의 유산을 넘어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서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새롭게 대표목록에 포함된 유산들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낸다. 스위스의 광활한 알프스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발성법 '요들링', 폴란드의 정교한 '바구니 세공 전통'이 등재되었으며, 특히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는 '지속가능성과 생물문화 다양성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요리'를 목록에 올려 음식 문화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 또한,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아이슬란드 수영장 문화'도 등재에 성공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여러 아랍 국가들은 '전통 결혼식 행렬 자파(zaffa)' 문화를 공동으로 등재하며 문화적 연대를 과시했다. 한편, 일본은 기존에 등재된 '목조 건축 기술'과 '수공예 제지술 와시' 등의 대상을 확장하는 실리적인 전략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무형유산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24년 등재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까지, 총 23건에 달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유산을 보유한 국가로 분류되어 2년에 한 번씩 등재 심사를 받는 우리나라는 차기 등재 도전 종목으로 '한지'를 일찌감치 낙점했다. 국가유산청은 숙련된 장인의 기술과 오랜 정성이 깃든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을 다음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류무형문화유산 제도는 이처럼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각국의 고유문화를 보호하고,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가 운영하는 핵심적인 사업이다. 차기 위원회는 내년 11월 말 중국 샤먼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때 우리나라의 '한지' 문화가 등재 목록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이번 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사무국이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대한민국의 신탁기금 협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단순히 자국의 유산을 등재하는 것을 넘어, 전 인류의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쳐진 3루수, 술로 밤새우고 다음날 보란 듯이 부활했다

 최근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한 황재균이 파란만장했던 2025시즌을 돌아보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22일 공개된 전 아나운서 배지현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강력한 경쟁자의 합류로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던 당시의 심정과 재기를 위해 남몰래 흘렸던 땀의 과정을 담담하게 고백했다. 그의 이야기는 한 베테랑 선수가 현실의 벽 앞에서 어떻게 좌절하고, 또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황재균의 2025시즌은 시작부터 거대한 시련과 함께였다. 소속팀 KT 위즈가 FA 시장에서 정상급 3루수 허경민을 4년 40억 원이라는 거액에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에이징 커브를 겪고 있던 황재균을 대신해 허경민에게 주전 3루수 자리를 맡기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평생을 지켜온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황재균은 "딱 하루 짜증이 났다"며 당시의 충격을 회상했다. 그는 소식을 들은 날 모든 운동을 취소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괴로운 마음을 달랬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날부터 곧바로 훈련에 돌입하며 프로다운 자세를 보였다.주전 3루수 자리를 내준 그는 급격히 체중을 감량하며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새로운 역할을 준비했다. 시즌 초반, 8회 대수비로 투입되는 등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자 "속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며 쓰린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다. 동료들의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결국 그는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106안타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7번째로 14년 연속 100안타라는 대기록을 작성,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냈다.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황재균은 자신의 세 번째 FA 자격을 신청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했다. 그는 FA 협상 중에도 팀의 팬 페스트 행사에 참석하는 등 KT에 남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끝내 구단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 19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발표 전 녹화된 해당 영상에서 그는 은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미래를 암시하는 대화가 오갔다. 매일 SNS에 자신의 옷차림 사진을 올리는 것에 대해 "은퇴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엔 옷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하면서도 "기록을 쌓아 놓고 은퇴 후 원래 관심 있던 분야라고 이야기하는 게 사람들이 더 와닿을 것"이라며 야구 선수 이후의 삶을 오래전부터 고민해왔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