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영권 흔들리는데 실적은 '사상 최대'…고려아연, 숫자로 증명했다

 영풍 및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거센 파도에 맞서고 있는 고려아연이 탁월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분기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4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부의 흔들기 속에서도 본업의 경쟁력이 굳건함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고려아연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한 4조 7390억 원의 매출과 36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무려 104분기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한 수치로, 경영권 경쟁의 소음 속에서 현 경영진의 능력이 재확인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호실적의 중심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전략광물'과 전통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귀금속'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고려아연은 방위 산업의 필수 희소금속이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로 가격이 급등한 안티모니를 순도 99.9% 이상으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올 3분기까지 안티모니 누계 판매액만 25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AI 기술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및 태양광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듐 역시 400억 원의 누적 판매액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련 부산물에서 금과 은을 회수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산업 수요 증가에 따른 귀금속 가격 급등의 수혜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3분기까지 금과 은의 누계 판매액은 각각 1조 3000억 원, 2조 3000억 원에 이른다.

 


고려아연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게르마늄과 갈륨의 국내 생산을 위해 온산제련소 내에 각각 1400억 원과 557억 원을 투자해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생산 라인을 늘리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을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라는 신사업 비전 아래 추진된 대규모 투자가 전략광물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며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 상황 속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2025년 결산배당금을 주당 2만 원으로 확정하며 전년 대비 2500원 증액했으며, 이에 따라 약 3637억 원의 배당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약속했던 1조 6689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까지 이행하면 2025년 한 해에만 총 2조 326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액이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적대적 M&A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실적 성장과 역대급 주주 환원 정책을 동시에 보여준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를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는 물론,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남 의대 설립의 꿈, 순천대 학생 60% 반대에 가로막혔다

 전라남도의 숙원 사업인 국립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었던 국립순천대학교와 국립목포대학교 간의 통합이 최종 무산됐다. 전남도의회 '통합대 국립의과대학 설립 지원 특별위원회'는 24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투표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양 대학 간 통합 추진에 심각한 제동이 걸린 점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통합안은 지난 22일과 23일 양 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된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국립목포대는 교원, 직원, 학생 모두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지며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국립순천대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교수(찬성 56.12%)와 직원·조교(찬성 80.07%)는 통합에 찬성했으나, 학생 투표에서 반대가 60.68%로 나오면서 3개 직역 모두의 찬성이라는 판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부결로 결정됐다.전남도의회는 이번 투표 결과, 특히 학생들의 반대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에 주목하며, 그들의 우려와 고민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던 학사 운영의 혼란, 각기 다른 캠퍼스의 정체성 상실 문제, 그리고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의 질적 저하 가능성 등 현실적인 걱정들이 이번 반대 투표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회는 대학 통합 문제가 특정 구성원이나 단일 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전남 지역 사회 전체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차대한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학생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과 별개로, 지역 소멸이라는 더 큰 위기 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도의회 특별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두 대학의 통합이 무산된 단기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청년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전라남도가 앞으로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와 직결된 운명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덧붙였다. 즉, 이번 통합 부결은 단순히 의대 설립이 좌초된 것을 넘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이에 따라 도의회는 국립순천대를 향해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공공적 책무와 역사적 역할을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하여, 지역 사회와 전남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아직 통합 논의를 이어갈 시간과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에 대한 재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전남도의회 또한 이 과정에서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책임 있는 주체로서, 대학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통합 논의가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 전남의 미래가 걸린 의대 유치의 불씨를 어떻게든 다시 살리겠다는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