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尹 '계엄 시나리오', 3월부터 준비... 노상원 수첩에 '체포 명단'

 180일간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을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한 정적(政敵) 제거 목적의 불법 계엄'으로 규정하고 수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자 탄핵 소추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립 등 정치적 궁지에 몰리자, 정치적 소통 대신 군과 경찰을 동원해 반대 세력을 일망타진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계엄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명백한 '불법 계엄'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 수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부터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군 수뇌부를 교체하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을 임명했는데, 이들은 현재 계엄사령관이나 병력 동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은 계엄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이 같은 군 인사 내용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해당 인사가 사전에 비상계엄을 위한 조율된 '진용 갖추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4월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군 관계자들 앞에서 '비상대권 조치'를 언급했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공관 등에서 수시로 만나 '우선 체포할 대상자'와 '2·3차 검거 대상자'를 분류하는 등 계엄의 실무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 대상 명단, 수거팀 구성, 특별수사/재판소 운용"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적혀 있었다.

 

특검은 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정황도 포착했다. 국군드론사령부가 지난해 10월에서 11월 사이 북한 평양과 남포 일대에 무인기(드론)를 여러 차례 날려 보낸 행위가 남북 관계의 위기 국면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려 한 시도였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 전까지 국정원 등에서 북한의 남침 위험 등 안보 현안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는 점 역시 불법 계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사법 리스크가 커지던 상황 역시 비상계엄의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했다.

 


압수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에서는 '김안방'으로 저장된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내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확인됐다. 이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에 김 여사 관련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중앙지검 지휘부가 물갈이된 시점과 맞물려,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다만,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특검은 김 여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엄 선포의 직접적인 동기였는지에 대한 규명 작업은 완수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특검이 청구한 영장 13건 중 6건이 기각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추경호 의원 등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발됐고, '무리한 청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군 기지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언급으로 이어져 외교적 논란을 빚는 등 수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승률 95%, 상금 15억…'스피드 3위' 안세영의 압도적 지배

 2025년은 그야말로 '안세영의 시대'였다. 세계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3, 삼성생명)이 시즌 최종전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정상에 오르며 한 해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숙적인 야마구치 아카네를 연파하고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결승에 올라 왕즈이마저 압도하며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 하지만 최근 BWF가 공개한 세부 지표는 그녀가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는 아니라는 역설적인 사실을 보여주며, 오히려 그녀가 왜 무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했다.모두의 예상과 달리 안세영은 파워와 속도 부문에서 최정상이 아니었다. 월드투어 파이널을 기준으로 집계된 스매싱 최고 속도에서 안세영은 시속 357.1km를 기록해 전체 3위에 머물렀다. 1위는 시속 376.3km라는 경이로운 속도를 기록한 태국의 라차녹 인타논이었다. 하지만 이 지표는 안세영의 패배가 아닌, 그녀의 진정한 무서움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자신보다 시속 20km 가까이 빠른 강스매시가 날아와도 이를 완벽하게 받아내고, 되레 역습으로 연결해 포인트를 따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아무리 파괴적인 공격을 시도해도 '거미줄 수비'로 불리는 그녀의 끈질기고 안정적인 리시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 데이터로 명확히 입증된 것이다.이 데이터는 동시에 안세영의 놀라운 스타일 변화까지 보여준다. BWF가 공개한 스매싱 속도 순위에서 안세영은 3위뿐만 아니라 6위(시속 340km), 8위(시속 337km), 9위(시속 336km)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녀가 더 이상 수비에만 의존하는 선수가 아님을 증명한다. 올 시즌 수비형에서 탈피해 빠른 박자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착했고, 그 중심에 리그 최상위권의 파워를 자랑하는 스매싱이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철벽 수비에 강력한 공격력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선수들은 그녀의 코트 위에서 그 어떤 활로도 찾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결과적으로 스매싱 최고 속도 1위가 아니라는 사실은 안세영에게 약점이 아닌, 그녀의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증명하는 '훈장'이 된 셈이다. 올 시즌 11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며 단일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남녀 통틀어 역대 최고 승률(94.8%)을 기록했으며,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돌파하는 등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썼다. 중국 언론마저 "상식을 벗어난 정신력", "안세영의 모든 부분에 공포를 느낀다"고 극찬할 정도로, 가장 빠른 공을 가장 완벽하게 지배하는 그녀의 존재감은 전 세계 선수들에게 극복 불가능한 벽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