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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도 안 알려주고 연락하라니"…손흥민의 장난에 토트넘 라커룸 '폭소'

 토트넘의 살아있는 전설 손흥민이 10년 동안 정들었던 홈구장을 다시 찾아 팬들과 뜨거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지난 8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의 이적을 갑작스럽게 발표하며 제대로 된 작별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그는 "반드시 돌아와 인사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10일(현지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슬라비아 프라하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 선 손흥민은 '영웅의 귀환'을 알렸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그를 맞이했다.

 

구단과 팬들의 환대는 뜨거웠다. 토트넘은 10년간 헌신하며 팀에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긴 주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상징인 '찰칵 세리머니'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담긴 대형 벽화를 선물했다. 자신의 벽화 앞에 선 손흥민은 "특별한 기분이다. 좋은 선수뿐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마이크를 잡고 팬들 앞에 선 그는 감격에 겨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쏘니가 여기에 왔다"고 외쳤고, "여러분이 저를 잊지 않기를 바랐다. 엄청난 10년이었고, 이 경기장은 언제나 저에게 집과 같을 것"이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팬들과의 공식적인 작별 인사를 마친 손흥민의 발걸음은 선수단 라커룸으로 향했다. 토트넘이 3-0으로 승리한 뒤 찾은 라커룸은 이내 웃음과 훈훈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젊은 미드필더 아치 그레이에게 "미국에 있는 나에게 왜 문자 한 통 없었냐"고 장난스럽게 핀잔을 줬고, 그레이는 "미국 번호로 바꾼 걸 알려주지도 않았지 않냐"고 응수해 라커룸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히샬리송이 "유로파리그 우승은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특유의 농담을 던지자, 손흥민은 "그건 브레넌 존슨 덕분"이라고 재치있게 받아치며 여전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작별 인사를 넘어, 손흥민이 토트넘의 역사에 어떤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2015년 입단 후 공식전 454경기에서 173골을 터뜨리며 구단 역대 득점 5위에 오른 '레전드'의 발자취는 벽화로 영원히 남게 됐다. 젊은 공격수 마티스 텔이 "손흥민은 내게 형 같은 존재다. 항상 문자를 보내고 응원해주는 위대한 레전드"라며 존경심을 표한 것처럼, 그는 단순한 동료 선수를 넘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리더였다. 팬들에게는 영원한 영웅으로, 동료들에게는 따뜻한 형으로 기억될 손흥민의 '아름다운 안녕'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671위가 세계 1위 꺾어' 전설의 테니스 성대결에 시선 집중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남녀 성 대결에서 남자 프로테니스 투어의 악동 닉 키리오스가 웃었다. 2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 이벤트 매치에서 키리오스는 여자 테니스 세계 최강자인 아리나 사발렌카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완파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경기는 테니스 역사상 네 번째로 열린 공식적인 남녀 대결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이날 경기는 단순한 시합 그 이상의 축제였다. 비시즌 이벤트 매치임에도 불구하고 1만 7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열기로 가득 찼으며,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이 무려 115만 원에 달할 정도로 흥행 면에서 압도적인 파급력을 보였다. 관중들은 현대 테니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흥미로운 점은 남자 선수의 신체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도입된 독특한 규칙들이었다. 주최 측은 사발렌카가 사용하는 코트 면적을 키리오스의 구역보다 약 9% 작게 설정하여 수비 범위를 좁혀주었다. 또한 두 선수 모두에게 세컨드 서브 기회를 주지 않고 단 한 번의 서브 실수만으로도 즉시 실점하게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이는 평소 시속 200km를 상회하는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남자 선수에게는 매우 치명적이고 불리한 조건이었다.하지만 이러한 핸디캡도 키리오스의 재능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부상 여파로 현재 세계 랭킹이 671위까지 곤두박질친 키리오스였지만, 과거 세계 13위까지 올랐던 천재적인 감각은 여전했다. 그는 1세트와 2세트 모두 6대3이라는 점수 차를 기록하며 사발렌카를 압도했다. 여자 단식 세계 1위이자 올해 US오픈 챔피언인 사발렌카는 최선을 다해 맞섰으나 남자 선수의 파워와 코트 커버 능력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테니스 역사에서 남녀 대결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1973년 보비 리그스가 마거릿 코트를 이기며 시작된 이 대결은 같은 해 빌리 진 킹이 리그스를 꺾으며 성평등 담론의 중심에 섰다. 이후 1992년 지미 코너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제압하는 등 지금까지 여자 선수가 승리한 기록은 빌리 진 킹이 유일하다. 이번 키리오스의 승리는 다시 한번 남녀 신체 능력의 차이를 확인시켜준 결과가 되었다.그러나 이번 대결의 분위기는 과거의 무거운 사회적 담론과는 사뭇 달랐다. 과거의 대결들이 성별 간의 자존심 싸움이나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했다면, 이번 두바이 매치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했다. 경기 도중 키리오스는 익살스러운 언더핸드 서브를 선보였고,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가벼운 춤을 추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경기를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테니스 흥행을 위한 화려한 쇼라고 평가했다.경기 후 키리오스는 이벤트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와의 대결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대결이 테니스 역사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패배한 사발렌카 역시 호주오픈을 앞두고 좋은 실전 훈련이 되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복수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물론 이번 경기 이후 키리오스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과거 테니스계의 남녀 동일 상금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전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코트 밖에서의 사생활 문제로 꾸준히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평등을 주제로 한 이벤트에 그가 적절한 인물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결은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가진 오락적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랭킹 600위권의 남자 선수가 현존 최강의 여자 선수를 이기는 장면은 테니스 팬들에게 묘한 흥분과 읽을거리를 선사했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열린 이 특별한 이벤트가 향후 테니스 투어의 흥행에 어떤 불씨를 지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