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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던 대통령실, 알고보니 3명 중 1명은 '강남 집주인'

 집값 안정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운 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고위 공직자 3명 중 1명은 부동산 부촌의 상징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부동산 재산은 일반 국민의 5배에 달한다는 시민단체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비서실 소속 51명 중 올해 재산이 공개된 28명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이해충돌 문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28명 중 집을 보유한 유주택자는 23명(82.1%)에 달했으며, 이 중 2채 이상의 집을 가진 다주택자도 8명(28.6%)이나 됐다. 이들 유주택자 23명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주택은 총 38채에 달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핵심 지역인 서울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한 인사가 9명(15채)으로 가장 많았다. 강유정 대변인, 권혁기 의전비서관,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 김용범 정책실장, 봉욱 민정수석비서관 등 핵심 참모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유주택자 중 7명(30.4%)은 해당 주택에 전세 임대를 신고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성 보유가 의심된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이들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산 규모는 일반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유주택자 23명의 1인당 평균 부동산 재산은 20억 3000만 원으로, 일반 국민 가구 평균(4억 2000만 원)의 4.9배에 달했다. 특히 재산 상위 5명의 평균 재산은 무려 54억 2000만 원에 이르렀다.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이 7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태형 민정비서관(58억 5000만 원), 문진영 사회수석비서관(52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등 비주택 건물을 보유한 공직자도 11명(39.3%)이었으며, 이 중 7명은 실사용이 의심되는 임대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실련은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고가의 다주택을 보유하며 막대한 부동산 재산을 가진 현실이 정책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부동산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공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1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 실사용 목적의 1주택을 제외한 모든 토지와 건물의 매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촉구했다.

 

尹 '계엄 시나리오', 3월부터 준비... 노상원 수첩에 '체포 명단'

 180일간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을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한 정적(政敵) 제거 목적의 불법 계엄'으로 규정하고 수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자 탄핵 소추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립 등 정치적 궁지에 몰리자, 정치적 소통 대신 군과 경찰을 동원해 반대 세력을 일망타진하려 했다고 판단했다.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계엄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명백한 '불법 계엄'이라고 결론 내렸다.특검 수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부터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군 수뇌부를 교체하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을 임명했는데, 이들은 현재 계엄사령관이나 병력 동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은 계엄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이 같은 군 인사 내용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해당 인사가 사전에 비상계엄을 위한 조율된 '진용 갖추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4월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군 관계자들 앞에서 '비상대권 조치'를 언급했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공관 등에서 수시로 만나 '우선 체포할 대상자'와 '2·3차 검거 대상자'를 분류하는 등 계엄의 실무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 대상 명단, 수거팀 구성, 특별수사/재판소 운용"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적혀 있었다.특검은 계엄 선포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정황도 포착했다. 국군드론사령부가 지난해 10월에서 11월 사이 북한 평양과 남포 일대에 무인기(드론)를 여러 차례 날려 보낸 행위가 남북 관계의 위기 국면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려 한 시도였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 전까지 국정원 등에서 북한의 남침 위험 등 안보 현안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는 점 역시 불법 계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사법 리스크가 커지던 상황 역시 비상계엄의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했다.압수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에서는 '김안방'으로 저장된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내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확인됐다. 이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에 김 여사 관련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중앙지검 지휘부가 물갈이된 시점과 맞물려,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다만,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특검은 김 여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엄 선포의 직접적인 동기였는지에 대한 규명 작업은 완수하지 못했다.이 밖에도 특검이 청구한 영장 13건 중 6건이 기각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추경호 의원 등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발됐고, '무리한 청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군 기지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언급으로 이어져 외교적 논란을 빚는 등 수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