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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비리부터 파헤쳐라"…총장 검찰 송치에도 '공학 전환' 밀어붙이는 동덕여대

 동덕여자대학교가 또다시 남녀공학 전환 문제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이 문제는 학교 측이 2029년 전환을 목표로 재추진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에 총학생회가 재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실시한 총투표에서 압도적인 반대 여론이 확인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투표에는 재학생의 50.4%가 참여했으며, 이 중 무려 85.7%에 달하는 2,975명이 공학 전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찬성 의견은 8.1%에 불과해, 학교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한 학생 사회의 거센 반발심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러한 학생들의 의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민주적 절차'를 내세우고 있다. 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수, 학생, 직원, 동문이 1:1:1:1 비율로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은 구성원 전체가 평등하게 참여한 민주적 시도"라고 주장하며, 투표 결과가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절차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은 상호 합의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학생들을 비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시위의 상처를 지우고 화합을 도모하려던 '래커칠 제거' 행사는 온라인에 칼부림 협박 글이 올라오면서 안전 문제로 무기한 연기되는 등,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물리적 위협까지 등장하는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의 리더십마저 도덕성 위기에 휩싸이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김명애 총장이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김 총장은 학생들의 등록금 등으로 구성된 교비를 학교 법률 자문이나 소송 비용 등 교육과 무관한 곳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 비용에는 지난해 남녀공학 전환에 반발하며 점거 시위를 벌인 학생들을 고발하는 데 사용된 법률 대응 비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학교 측은 "총장의 사적인 일이 아닌 학교 운영 관련 비용"이며 "정당한 법률 자문을 거쳐 집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총장의 혐의가 공학 전환 강행의 명분마저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속에서 학교의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성의당은 김 총장을 고발한 당사자로서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송치됐음에도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공학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학교의 자금난과 경쟁력을 이유로 공학 전환을 밀어붙이려면, 그전에 사학 비리부터 파헤치고 뿌리 뽑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학제 개편이 아닌, 비리로 얼룩진 학교 운영의 민낯에 있음을 직격했다. 학생들의 압도적인 반대, 살벌한 협박, 그리고 총장의 비리 혐의까지 뒤엉킨 동덕여대 사태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림자 스펙’ 학벌, 언제까지 발목 잡을 건가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평가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시민단체 교육의봄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채용 과정에서 학벌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학벌의 벽’이 단순한 체감이 아님을 증명한다.학벌 정보는 주로 서류 전형이라는 채용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필터로 작동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출신학교를 통해 지원자의 학문적 성취도 자체보다는 ‘업무 수행 태도에서의 책임감과 성실성’이나 ‘빠른 학습 능력’ 등을 추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학벌이 개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가 아닌, 태도를 가늠하는 손쉬운 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흥미로운 지점은 학벌을 평가하는 태도에서 세대 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인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고참급 관리자일수록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3년 미만의 저연차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방침과 무관하게 학벌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채용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실제로 변화의 요구는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이 출신학교 정보를 보지 않고도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마련된다면 이를 적극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학벌 중심의 낡은 채용 관행이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제도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명확하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학력 정보를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출신학교가 개인의 순수한 능력보다는 가정 배경이나 사교육 접근성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를 채용의 잣대로 삼는 것은 불공정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3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한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 출신학교 차별을 법적으로 근절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