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공기청정기만 믿었다간 온 가족 독감행…진짜 바이러스 잡는 건 '이것'이었다

 매서운 추위와 함께 어김없이 독감(인플루엔자) 유행 시즌이 돌아왔다. 많은 이들이 겨울철 건강 관리의 해답을 공기청정기에서 찾으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방지의 진짜 열쇠는 의외로 '습도'에 있다. 겨울철 바이러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단순히 기온이 낮기 때문만은 아니다. 환기가 부족한 건조한 실내 환경은 바이러스에게 최적의 생존 및 전파 조건을 제공한다.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비말)은 건조한 공기 속에서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며 훨씬 더 가볍고 미세한 입자(비말 핵)로 변한다. 이렇게 작아진 바이러스 입자는 공기 중에 훨씬 더 오랫동안 떠다니며 우리의 호흡기를 직접 위협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건조한 공기는 바이러스를 막는 우리 몸의 1차 방어선인 코와 기관지의 점막까지 말려 버려, 외부 병원체에 대한 방어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처럼 교활한 겨울철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바로 실내에 가습기를 가동하는 것이다. 가습기는 공기 중에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섞인 침방울을 더 무겁게 만든다. 무게가 늘어난 침방울은 멀리 퍼져나가지 못하고 빠르게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어, 공기 중 바이러스의 총량을 줄이는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2018년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가습기를 설치한 유치원 교실은 그렇지 않은 교실에 비해 독감과 유사한 질환 발생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또한, 최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연구는 고성능 공기청정기가 실내 바이러스의 '종류'를 줄일 수는 있어도, 바이러스의 '총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해당 연구진은 실내 상대습도가 4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될 때 바이러스 노출이 유의미하게 낮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서는 공기청정기 사용과 함께 습도 조절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겨울철 실내 습도는 어느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 너무 낮아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높아도 곤란하다. 습도가 60% 이상으로 올라가면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 특정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또 다른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요 보건 기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겨울철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호흡기 건강을 위한 최적의 실내 습도는 40~50% 사이다. 특히 천식 등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35~45% 사이의 더 좁은 범위로 관리하는 것이 추천된다. 이 '골든 존'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의 활동성은 억제하고 우리 몸의 방어막은 촉촉하게 지켜낼 수 있다.

 

가습기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관리가 필수적이다. 가습기 내부에 고인 물은 세균과 곰팡이의 온상이 되기 쉽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매일 가습기의 물을 교체하고,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살균 세척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특히 물탱크 내부에 형성되는 얇은 막(바이오필름)을 방치할 경우, 오염된 수증기를 흡입하여 폐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가습기에 사용하는 물은 미량의 염소 성분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돗물'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다만, 수돗물 속 미네랄 성분이 하얀 가루(백분 현상)로 분출될 수 있는 초음파식 가습기의 경우, 정수된 물을 사용하거나 제조사의 지침을 반드시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671위가 세계 1위 꺾어' 전설의 테니스 성대결에 시선 집중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남녀 성 대결에서 남자 프로테니스 투어의 악동 닉 키리오스가 웃었다. 2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 이벤트 매치에서 키리오스는 여자 테니스 세계 최강자인 아리나 사발렌카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완파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경기는 테니스 역사상 네 번째로 열린 공식적인 남녀 대결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이날 경기는 단순한 시합 그 이상의 축제였다. 비시즌 이벤트 매치임에도 불구하고 1만 7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열기로 가득 찼으며,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이 무려 115만 원에 달할 정도로 흥행 면에서 압도적인 파급력을 보였다. 관중들은 현대 테니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흥미로운 점은 남자 선수의 신체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도입된 독특한 규칙들이었다. 주최 측은 사발렌카가 사용하는 코트 면적을 키리오스의 구역보다 약 9% 작게 설정하여 수비 범위를 좁혀주었다. 또한 두 선수 모두에게 세컨드 서브 기회를 주지 않고 단 한 번의 서브 실수만으로도 즉시 실점하게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이는 평소 시속 200km를 상회하는 강력한 서브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남자 선수에게는 매우 치명적이고 불리한 조건이었다.하지만 이러한 핸디캡도 키리오스의 재능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부상 여파로 현재 세계 랭킹이 671위까지 곤두박질친 키리오스였지만, 과거 세계 13위까지 올랐던 천재적인 감각은 여전했다. 그는 1세트와 2세트 모두 6대3이라는 점수 차를 기록하며 사발렌카를 압도했다. 여자 단식 세계 1위이자 올해 US오픈 챔피언인 사발렌카는 최선을 다해 맞섰으나 남자 선수의 파워와 코트 커버 능력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테니스 역사에서 남녀 대결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1973년 보비 리그스가 마거릿 코트를 이기며 시작된 이 대결은 같은 해 빌리 진 킹이 리그스를 꺾으며 성평등 담론의 중심에 섰다. 이후 1992년 지미 코너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제압하는 등 지금까지 여자 선수가 승리한 기록은 빌리 진 킹이 유일하다. 이번 키리오스의 승리는 다시 한번 남녀 신체 능력의 차이를 확인시켜준 결과가 되었다.그러나 이번 대결의 분위기는 과거의 무거운 사회적 담론과는 사뭇 달랐다. 과거의 대결들이 성별 간의 자존심 싸움이나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했다면, 이번 두바이 매치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했다. 경기 도중 키리오스는 익살스러운 언더핸드 서브를 선보였고,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가벼운 춤을 추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경기를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테니스 흥행을 위한 화려한 쇼라고 평가했다.경기 후 키리오스는 이벤트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와의 대결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대결이 테니스 역사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패배한 사발렌카 역시 호주오픈을 앞두고 좋은 실전 훈련이 되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복수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물론 이번 경기 이후 키리오스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과거 테니스계의 남녀 동일 상금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전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코트 밖에서의 사생활 문제로 꾸준히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평등을 주제로 한 이벤트에 그가 적절한 인물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결은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가진 오락적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랭킹 600위권의 남자 선수가 현존 최강의 여자 선수를 이기는 장면은 테니스 팬들에게 묘한 흥분과 읽을거리를 선사했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열린 이 특별한 이벤트가 향후 테니스 투어의 흥행에 어떤 불씨를 지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