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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7세 고시' 금지법 국회 교육위 통과

 극심한 경쟁을 유발하며 영유아 사교육 광풍의 상징으로 불려온 ‘4세·7세 고시’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8일 국회 교육위는 유아들의 영어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학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며,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조기 사교육 열풍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유아 선발 시험 금지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 교습소, 개인과외에서 합격 또는 불합격을 결정하는 일체의 선발 시험을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 조치는 어린 유아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조기 경쟁을 강요하는 극단적인 사교육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다만, 법안 원안에는 입학 후 수준별 배정을 위한 시험 또는 평가까지도 금지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소위를 통과한 수정안에서는 이 부분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학원 측은 유아 선발을 위한 시험은 볼 수 없지만, 입학 후 원생들의 수준에 맞는 반 배정을 위한 레벨 테스트 자체는 여전히 시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른바 '4세 고시'로 대변되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과열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입시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일부 영어학원에서는 7세 반 교재로 미국 초등학교 3~4학년 교과서를 사용하는 등 교육 경쟁의 시작점이 초등학교 입학 이전으로 당겨지는 현상이 심화됐다.

 


이러한 사교육 쏠림 현상은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영어유치원(영유)은 615곳이었으나 2023년 842곳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유치원은 8837곳에서 8441곳으로 감소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3~4세부터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내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맘카페 등에서는 대치동 유명 학원의 레벨 테스트 대비용 문제집 정보가 공유되는 등 경쟁이 극에 달했다.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외국 학자들마저 경악하게 만들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하며,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조명한 바 있다. 특히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EBS 인터뷰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0.78명)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영유아 사교육 광풍이 양육 부담을 가중시켜 세계 최악의 저출산 문제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선행 학습 경쟁을 완화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르면 손해, 내년부터 생리용품 지원금 이렇게 달라집니다

 내년부터 저소득층 여성청소년들을 위한 생리용품 지원사업이 이용자 중심으로 대폭 개선된다. 성평등가족부는 2026년부터 생리용품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이용권) 신청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고, 지원금 지급 방식을 변경하여 실질적인 혜택을 늘린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 제기되었던 이용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정보가 부족하거나 신청 시기를 놓쳐 지원에서 소외되는 청소년이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청 절차의 획기적인 간소화다. 지금까지는 주민센터나 '복지로' 앱을 통해 지원 자격을 신청한 뒤,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카드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콜센터, 인터넷을 통해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생리용품 지원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개인정보 제공에 한 번만 동의하면, 카드사에서 직접 상담 전화를 걸어 본인 확인 후 실물 카드를 발급해주는 '원스톱' 방식으로 변경된다.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신청을 포기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청소년과 보호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지원금 지급 방식 역시 수요자 친화적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바우처를 신청한 달부터 연말까지 남은 기간만큼만 월별로 계산하여 지원금이 지급되었다. 이 때문에 연말에 늦게 신청하는 청소년은 불과 한두 달 치의 적은 금액만 지원받는 불합리한 문제가 있었다. 내년부터는 신청 시기와 관계없이, 연중에 언제 신청하더라도 연간 지원금 전액인 16만 8천 원을 모두 지급받게 된다. 늦게 정보를 접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던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지원 대상자가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중요한 변화다.생리용품 지원사업의 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 가구와 법정 차상위계층, 그리고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 가구에 속한 만 9세에서 24세까지의 여성청소년이다. 한 번 지원을 신청하면 자격에 변동이 없는 한 24세가 되는 해까지 별도의 갱신 신청 없이 자동으로 지원이 유지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여성청소년들의 이용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이용자의 불편 사항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바우처 사용처를 더욱 확대해 나가는 등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