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라질 뻔한 '하늘의 소리', 아버지 이어 아들이 잇는다…눈물겨운 부자(父子)의 사명

 대를 이어 궁중음악의 장엄한 소리를 빚어온 장인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국가무형유산 '악기장'의 편종·편경 제작 분야 보유자로 김종민 씨를 인정 예고한다고 오늘(8일) 밝혔다. 악기장은 궁중 의례의 핵심인 아악(雅樂)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를 만드는 기능 또는 그 기능을 가진 장인을 일컫는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편종과 편경은 각각 금속과 돌로 만든 타악기로, 종묘제례악과 같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식에서 하늘의 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에 보유자로 예고된 김종민 씨는 현재 해당 분야의 유일한 보유자인 김현곤 장인의 아들이다. 아버지 김현곤 장인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악의 주요 악기인 편종과 편경을 성공적으로 복원하는 등 평생을 국악기 제작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김종민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작업을 어깨너머로 도우며 자연스럽게 전통 악기 제작 기술을 익혔고, 2013년 정식으로 전수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본격적인 전수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3년간의 수련을 거쳐 2016년 이수자 자격을 취득하며 차세대 장인으로서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번 보유자 인정 예고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편종·편경 제작 분야가 처한 심각한 전승 위기 상황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해당 분야의 전승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 2023년에 이를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소멸할 위험에 처한 전통 문화유산을 시급히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한 특별 조치로, 지정 시 전승자 발굴과 전수 교육 활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집중된다. 이러한 긴급한 상황을 고려하여, 김종민 씨는 통상적으로 거쳐야 하는 '전승 교육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이수자에서 곧바로 보유자로 인정 예고되는 파격적인 절차를 밟게 되었다.

 

이는 해당 기술의 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절박한 현실 속에서, 자격을 갖춘 차세대 전승자를 신속히 지정하여 안정적인 전승 환경을 마련하려는 국가유산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무형유산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김종민 씨의 보유자 인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 장인의 대를 이은 헌신과 국가의 특별한 결단이 만나 소멸 위기에 놓였던 귀중한 문화유산이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청래 겨눈 '이재명 사람들'의 반란…'대표 흔들기' 넘어 '대표 교체' 신호탄 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되며 집권여당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갈등설 속에서, 이른바 '명청(明鄭) 대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측근 강득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며 '당·정·청 원팀'을 강조했는데, 이는 현안마다 엇박자를 내온 정청래 대표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 의원은 '친명 대 친청' 구도를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 선을 그으면서도, 당과 정부, 대통령실 사이에 한 틈의 간극도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실상 정 대표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이번 선거의 대진표는 친명계와 친청계의 세 대결로 명확히 나뉜다. 친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강득구 의원을 필두로,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이건태 의원, 친명 조직의 핵심인 유동철 지역위원장까지 총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맞서는 친청계에서는 정청래 대표와 법사위에서 호흡을 맞춰온 이성윤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고, 당 조직을 책임지는 문정복 의원도 가세하며 2명의 후보를 냈다. 현재까지 드러난 구도만으로도 친명 3명 대 친청 2명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며, 어느 쪽이 과반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임기가 7개월에 불과한 이번 보궐선거가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그 너머에 있는 차기 당권 때문이다. 내년 8월 전당대회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쥘 당대표를 선출하는 사실상의 '본게임'이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으로, 집권 이후 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범친명계 내부의 권력 지형을 재편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누가 최고위원회에 더 많은 자기 사람을 입성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당권 경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에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선거는 중앙위원과 권리당원 투표를 절반씩 반영하고, 한 사람이 두 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1인 2표제'로 치러진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명계와 친청계가 각각 한 석씩을 확보하고, 남은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정청래 대표 측이 패배할 경우,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당내 흔들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반청이 친명과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며 내분 확산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미 불붙은 양측의 자존심 대결은 전당대회를 향한 신호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