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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맞췄다…한국인 치매, AI가 족집게처럼 예측하는 시대 열렸다

 마침내 한국인에게 특화된, 한국인만을 위한 치매 위험 예측 모델이 국내 연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등 노인성 치매 예측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의 유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유전적 특성이 다른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고유의 유전 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 개발에 성공하면서, '맞춤형 치매 예방'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치매 정복의 길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진 것이다.

 

이번 연구의 성공 뒤에는 '만성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 컨소시엄(BICWALZS)'에 참여한 674명의 소중한 데이터가 있었다. 연구진은 정상인 81명, 치매의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 389명, 그리고 치매 환자 204명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를 면밀히 분석했다. 특히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개발된 '한국인 유전체 칩(K-Chip)'을 활용한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시행했으며,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총 6종에 달하는 서로 다른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동원해 교차 검증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6종의 AI 알고리즘 중 가장 뛰어난 모델은 최대 88%의 정확도로 치매 발병 위험을 예측해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이 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일부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될 것을 최대 100%까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등, 인공지능 모델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수많은 유전자 중에서도 특히 APOE, PVRL2, TOMM40 유전자가 한국인의 치매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성과가 단순히 학술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국가 단위의 인공지능 치매 예측 플랫폼을 구축하는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매 예측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며, "인공지능 기반 조기 진단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치매 예방 및 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인의 뇌를 위협하는 치매에 맞서, 한국인의 유전자로 만든 'AI 방패'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60대 이상 일자리 30만개 늘 때, 2040은 32만개 증발…"이게 나라냐"

 지난해 국내 일자리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건설 경기 부진의 직격탄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가속화된 비대면 업무 전환의 여파로, 일자리 수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새로 생긴 일자리는 고작 6만 개에 그쳐 총 2천671만 개를 기록했다. 이는 0.2% 증가에 불과한 수치로, 20만 개(0.8%)가 늘었던 전년도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무려 4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201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로,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산업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맞물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13만 3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고, 제조업 역시 4만 5천 개의 일자리를 더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업종에 국한된 온기일 뿐이었다. 얼어붙은 건설 경기의 한파는 고용 시장에 그대로 몰아쳐 건설업에서만 5만 8천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금융보험업과 운수창고업에서도 각각 5만 6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특정 산업 분야의 고용 충격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최재혁 데이터처 행정통계과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건설 경기 부진과 비대면 업무 확산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번 통계는 일자리의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 양극화'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60대와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각각 15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전체 증가분을 훌쩍 뛰어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50대 일자리 역시 6만 개가 늘어나는 등, 장년층 이상의 고용 시장은 비교적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였다. 40대 일자리는 무려 17만 개가 사라졌고, 20대 일자리 역시 15만 개나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20대 일자리는 전년도에 사상 처음으로 8만 개가 줄어든 이후, 감소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며 청년 고용 시장의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기업 규모별로도 양극화는 심각했다. 종사자 300명 이상의 대기업과 5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중견기업에서는 각각 7만 개와 9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정반대로 1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4인 이하 영세 사업체로, 이곳에서만 무려 21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데이터처는 이러한 영세 사업체 일자리 급감의 주된 원인으로 건설업 관련 개인 사업체의 몰락을 지목했다. 결국 지난해 한국의 일자리 지도는 '고령층과 대기업'은 웃고, '청장년층과 영세 사업장'은 우는 극심한 양극화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