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정청래 리더십 '적신호'…민주당, 당원 뜻 거스르고 개혁에 제동 걸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내걸고 추진했던 핵심 공약,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당 중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좌초됐다. 당 대표의 역점 사업이 당내 핵심 기구에서 부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표의 등가성을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투표 결과 통과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날 투표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기초자치단체장, 지역위원장 등 총 596명의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4시간 30분 동안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명(72.65%), 반대 102명(27.35%)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투표 참여자만 놓고 보면 4명 중 3명 가까이가 찬성 의사를 밝힌 압도적인 결과였지만, 당헌 개정안 통과 요건인 '재적 위원 과반수(299명) 찬성'에는 22표가 모자랐다. 결국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223명의 중앙위원이 사실상 '소극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으며, 당 지도부의 개혁안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

 


'1인 1표제'는 그동안 당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수십 명의 표 가치를 가지는 현재의 제도가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당의 진정한 주인인 당원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해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자칫 강성 당원의 목소리만 과도하게 반영시켜 당의 의사결정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대의원 제도의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부결 사태는 당 지도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당내 기득권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 표면 위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중앙위원이 투표 불참이라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당내 권력 구조 재편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날 중앙위에서는 '1인 1표제'와 함께 상정된 내년 6·3 지방선거 공천 룰 관련 안건은 통과되어 일단 선거 준비 체제에는 돌입하게 됐지만, 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불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게이트' 특검 추천권, 개혁신당이 가져가나…與野 신경전 시작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 연루 의혹이 제기된 '통일교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법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갖고, 통일교 특검법의 조속한 발의와 통과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의했다. 이는 거대 여당인 민주당을 상대로 야권이 공조 체제를 구축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향후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양당은 특검 출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특검 추천권을 둘러싼 세부적인 방식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 향후 조율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이날 회동에서 포문을 연 것은 천하람 원내대표였다. 그는 "통일교 사건은 특정 종교와 정치권이 위법하게 유착된 사건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특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대통령조차 위헌·위법한 종교단체의 해산을 언급하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이 더 적극적으로 특검을 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스스로 당당하다면 통일교 특검을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면서 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거부 명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드루킹 특검' 모델을 제시했다. 수사 범위를 간단명료하게 규정하고 특검 규모도 최소화하며, 통일교 관련 의혹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원내 야당인 개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는 '대승적 결단'을 국민의힘에 촉구했다.천 원내대표의 제안에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화답하며 특검 추진이라는 큰 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했다. 그는 "통일교와 여권인 민주당 간의 금품수수 의혹과 이를 은폐·무마하려 한 정황을 중심으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수사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특검 규모 역시 "필요 최소한으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천 원내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특검 추천권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송 원내대표는 "과거 특검법 사례를 보면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이 추천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정당이 정치적으로 관여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인 대법원이나 변협에 추천권을 맡기는 것이 독립성을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제안하며 개혁신당의 단독 추천 요구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이견에도 불구하고 양당 원내대표는 특검을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는 대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검을 조속히 출범시키는 일이며, 그 부분에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간 이견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세부 실무사항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특검법을 발의해서 민주당이 이 법을 꼭 통과시킬 수 있도록 힘을 합칠 생각"이라고 강조하며 공동 투쟁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야권의 두 축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통일교 게이트'라는 현안을 고리로 첫 연대를 성사시키면서, 향후 특검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를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