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 중국 눈치 보다 대만에 '외교 결례'…'중국(대만)' 표기 논란

 한국의 전자입국신고서(E-Arrival Card) 시스템에 사용된 '중국(대만)' 표기를 두고 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정을 요구하며 양측 간에 미묘한 외교적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최근 자국 여행객의 신고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했으며, 이는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대만인의 국적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입국 절차상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은 대만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양측의 민간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이번 표기 문제가 양국 관계에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의 소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 외교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화민국(대만)은 주권 독립 국가로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는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자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한 대만대표부를 통해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신속한 수정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실무적 착오를 넘어 대만의 주권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임을 명확히 하고,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강력한 외교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며,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독립적인 국가로 표기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실제로 다국적 기업이나 각국 정부를 상대로 대만을 '중국 대만' 혹은 '중국령 타이베이' 등으로 표기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왔다. 한국 정부가 전자입국신고서에 '중국(대만)'이라는 표기를 사용한 것 역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 정부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과 대만과의 실질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어려운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전자입국신고서의 작은 표기 하나가 동아시아의 복잡한 외교 관계와 주권 문제가 얽힌 민감한 시험대가 된 모양새다. 대만 측의 거듭된 수정 요청에도 한국 정부가 사실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만은 깊은 우정을 맺고 있는 한국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표기로 대만인의 감정에 상처를 주고 있다며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고,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번 표기 문제가 양국 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그리고 한국 정부가 어떤 외교적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신들 '꼰대' 되면 안돼"…李대통령의 살벌한 내부 경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부처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며 공직사회를 향해 '책임지는 행정'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23일 해양수산부 부산 임시청사에서 열린 해수부·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권한과 혜택만 누리고 정작 본질적인 책임은 회피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형식적인 보고와 관행적인 책임 회피를 뿌리 뽑고, 국정의 대리인으로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의 본분을 바로 세우겠다는 국정 운영 철학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이 대통령은 이번 업무보고를 전 부처에 걸쳐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파격적인 형식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국정이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재미없는 남의 일'로 여겨져 무관심 속에 방치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박하다' 또는 '권위가 없다'는 일부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국민적 관심도를 높인 성과가 더 크다고 자평했다. 그는 공직자를 국민이라는 '주인'을 대신하는 '대리인' 또는 '머슴'에 비유하며, 일의 과정과 결과를 주인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임을 거듭 강조했다. 억울한 백성이 징을 쳐서 왕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게 했던 조선시대 정조의 일화를 언급한 것 역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대목이다.특히 이 대통령은 공직 사회 내부의 안일한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과거의 업무보고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고 지적하며, 조직의 운명은 책임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신이 결재를 올리는 보고서의 내용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책임자들의 무책임함을 질타하며, 이제는 실무자에게만 업무를 떠넘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가 함께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역동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6개월 뒤 동일한 주제로 다시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공언하며,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을 압박했다.나아가 이 대통령은 경직된 관료 조직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내부 소통과 외부 비판 수용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현장에서 멀어지고 구시대적인 생각에 갇히는 '꼰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한 야당, 국회, 언론, 시민단체 등 외부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회피하지 말고, 그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잘못된 점은 시정하고 좋은 제안은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적된 문제들이 제대로 처리되었는지까지 직접 점검하겠다고 덧붙이며, 임기 내내 '일하는 정부, 책임지는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