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한쪽에선 "머리 숙여 사과", 다른 쪽에선 "내부 총질 말라"…콩가루 된 국민의힘

 국민의힘 내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나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헌정 질서를 유린했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 세력과 정치적으로 선을 긋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이는 당이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향후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싼 격렬한 내부 논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재선 의원들이 주축이 된 당내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이다. 권영진, 엄태영, 이성권, 조은희 의원 등 8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그리고 뼈를 깎는 혁신으로 거듭나겠다'는 제목의 사과문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 20일 장동혁 당 대표를 직접 만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건의한 바 있다. 단순한 개별 의원들의 의견 표명을 넘어,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변화를 촉구하며 조직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사과문 초안에는 매우 강도 높은 수준의 자기반성과 결별 선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동이었다"고 규정하고, "당시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옹호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대목은, '윤 어게인(again)'으로 상징되는 구주류와의 완전한 결별을 통해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성과 혁신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당내에서는 여전히 현재의 권력 구도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2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거대 야당이 각종 악법 처리를 밀어붙이는 상황을 거론하며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는 등 특정 인물을 엄호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이는 최근 당무감사위원회가 한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미래로 나아가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현재의 권력 투쟁에 매몰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의 복잡한 내부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손흥민·김민재도 막지 못한 '관중 실종'…10년 만의 굴욕, 대체 무슨 일이?

 고통스러운 부상과 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1년 8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조규성(미트윌란)의 눈에 비친 대표팀의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에 나선 그는 오랜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 느낀 낯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11월에 소집돼 A매치를 뛰었는데, 원래 서울에서 경기를 하면 6만 관중이 가득 들어찼었다. 그런데 이번엔 3만 명 정도만 오신 걸 보고 한국 축구 인기가 확실히 식은 건가 싶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마저 체감할 정도로 싸늘해진 축구 열기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현재 대표팀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는 제2의 황금기를 맞았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을 필두로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스타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A매치 티켓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정도였다. 2023 아시안컵에서의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애정과 열정은 쉽게 식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과 그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축구 팬들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포함한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소개될 때마다 홈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는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됐고, 이는 고스란히 팬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조규성이 느낀 '반 토막 난 관중'은 단순한 체감이 아닌, 명백한 수치로 증명된다. 실제로 팬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지난 10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관중은 2만 2,206명에 그쳤고, 올해 마지막 A매치였던 가나전 역시 3만 3,256명이 입장하는 데 머물렀다. 6만 6천여 석 규모의 대한민국 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A매치에서 절반도 채워지지 못한 것은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 이후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토트넘의 방한 경기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연이어 열리며 팬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리더십을 잃고 표류하는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누구보다 간절하게 대표팀 복귀를 꿈꿨을 조규성이기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열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실망과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선수로서의 책임을 먼저 통감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잘해야 한다. 첫 번째 단추는 선수가 꿰어야 한다"며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떠나간 팬심을 되돌리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그의 다짐처럼, 조규성은 긴 재활을 마치고 소속팀에서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1년 8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던 볼리비아전에서도 통쾌한 골 맛을 보며 포효했던 그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