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셀프 조사' 논란… 12·29 참사 유가족, "국토부 산하 조사위, 진상규명 자격 없다"

 지난해 12월 29일,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진상 규명 과정이 시작부터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 참사 유가족들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 위원 전원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하며, 국가 조사 기구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유가족협의회는 2일, 국토교통부 장관과 항철위에 위원 전원의 조사 업무 배제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정식으로 접수했다고 밝히며, 이는 공정한 조사를 기대할 수 없는 현재의 조사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선언임을 분명히 했다.

 

유가족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조치에 나선 근본적인 이유는 항철위의 구조적 한계와 태생적 독립성 부재에 있다. 이들은 항철위가 조사의 핵심 대상이자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일 가능성이 높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조직적으로나 인사적으로 전혀 독립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항철위 조사관들은 국토부 장관이 임명하는 공무원 신분으로, 자신의 소속 기관이자 상급 부처일 수 있는 국토부를 상대로 공정하고 독립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판단이다. '선수가 심판을 보는 격'인 현재의 조사 구조하에서는 그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의 불신은 단순히 구조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 항철위가 노골적인 편파성을 드러냈으며, 절차적으로도 심각한 위법성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12·29 참사 특별법'이 보장하는 유가족의 정보 접근권을 항철위가 정면으로 무시한 채,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적인 자료들마저 공개를 거부하며 유가족의 검증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4일과 5일, 항철위가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성격으로 강행하려는 공청회 역시 진실 규명을 위한 소통의 장이 아닌, 이미 정해진 결론을 발표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결국 유가족협의회는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심각한 하자를 안고 있는 공청회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야 할 국가의 공식 조사가, 그 시작부터 가장 중요한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거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179명의 희생자를 낸 대참사의 진실이, 조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 정년 65세로 바뀐다…민주당이 제시한 '10년짜리 시나리오'의 정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급격한 추진보다는 10년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혼합연장'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년 연장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청년 고용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금 수급 연령과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완충 장치와 사회 전반의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히 정년 숫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수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최근 국회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8년부터 8년간 2년마다 1세씩 연장하는 '단기연장', 2029년부터 12년간 3년마다 1세씩 늘리는 '장기연장', 그리고 2029년부터 10년간 시기별로 연장 주기를 달리하는 '혼합연장'이다. 이 중 민주연구원은 '혼합연장' 방안의 손을 들어주었다. '단기연장'은 속도가 너무 빨라 기업에 부담을 주고 청년 신규 채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며, 반대로 '장기연장'은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소득 공백,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 장기화되어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혼합연장'이 속도와 안정성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도 결코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 연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연공서열 중심의 현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고령 인력의 고용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생산성을 함께 높이려면,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를 깨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4.5일제 도입과 같은 노동시간 단축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만 정년 연장의 긍정적 효과를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다.더욱 중요한 것은 정년 연장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게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남성·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히려 경력 단절과 재취업의 어려움에 내몰리며 노후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향후 10년간 이들의 경력 유지와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종합 지원 대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 개혁을 포함한 노후소득보장제도 전반의 개혁, 산업 구조 혁신과 맞물려 추진될 때 비로소 노인 빈곤을 완화하고 미래 세대의 부양 부담까지 덜어주는 다목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