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립고궁박물관 '비밀의 방' 20년 만에 최초 공개...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보존과학실'의 문을 활짝 열고 왕실 유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경이로운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박물관은 오는 3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20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특별전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낡고 훼손된 유물을 수리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보존과학이라는 섬세하고 치밀한 과정을 통해 문화유산의 생명을 연장하고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미래 세대로 잇는 숭고한 여정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람객들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박물관의 숨겨진 공간에서 이루어진 과학 기반의 연구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보존과학의 각 단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1부 '보존처리, 시간을 연장하다'에서는 훼손된 문화유산을 되살리기 위한 보존과학자들의 깊은 고뇌와 선택의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대한제국 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옥렴'을 비롯한 주요 보존처리 사례들은, 단순한 복원을 넘어 유물이 간직한 본래의 모습과 역사를 지키기 위한 과학자들의 땀과 노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어지는 2부 '분석연구, 시간을 밝히다'에서는 최첨단 과학 기술이 어떻게 문화유산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지 그 과정을 소개한다. 2023년 일본에서 환수된 고려 시대의 귀한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엑스(X)선 투과 조사를 통해 그 정교한 제작 기법이 낱낱이 밝혀졌으며,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보' 역시 현미경과 방사선 조사를 통해 재질과 성분을 분석, 그 역사적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3부 '복원·복제, 시간을 되살리다'에서 공개되는 '태조 어진'의 디지털 복원본이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태조 어진은 과거 화재로 인해 절반가량이 소실된 비운의 유물이다. 박물관은 이 불완전한 어진을 되살리기 위해, 1910년대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현재 전주 경기전에 봉안된 또 다른 태조 어진을 철저히 비교 분석하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수년간의 문헌 연구와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한 끝에, 마침내 2013년 소실되기 이전의 온전한 모습을 완벽하게 디지털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복원 과정 전반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어, 과학 기술이 어떻게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사라진 시간을 되살려내는지를 직접 목격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이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이 보존과학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시 기간 중 총 3회에 걸쳐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청하는 특별 강연이 진행되며, 미래의 문화유산 지킴이가 될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총 12회에 걸쳐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 국립고궁박물관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어떻게 지키고 이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경영권 흔들리는데 실적은 '사상 최대'…고려아연, 숫자로 증명했다

 영풍 및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거센 파도에 맞서고 있는 고려아연이 탁월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분기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4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부의 흔들기 속에서도 본업의 경쟁력이 굳건함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고려아연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한 4조 7390억 원의 매출과 36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무려 104분기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한 수치로, 경영권 경쟁의 소음 속에서 현 경영진의 능력이 재확인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이러한 호실적의 중심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전략광물'과 전통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귀금속'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고려아연은 방위 산업의 필수 희소금속이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로 가격이 급등한 안티모니를 순도 99.9% 이상으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올 3분기까지 안티모니 누계 판매액만 25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AI 기술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및 태양광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듐 역시 400억 원의 누적 판매액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련 부산물에서 금과 은을 회수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산업 수요 증가에 따른 귀금속 가격 급등의 수혜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3분기까지 금과 은의 누계 판매액은 각각 1조 3000억 원, 2조 3000억 원에 이른다.고려아연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게르마늄과 갈륨의 국내 생산을 위해 온산제련소 내에 각각 1400억 원과 557억 원을 투자해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생산 라인을 늘리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을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라는 신사업 비전 아래 추진된 대규모 투자가 전략광물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며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경영권 분쟁 상황 속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2025년 결산배당금을 주당 2만 원으로 확정하며 전년 대비 2500원 증액했으며, 이에 따라 약 3637억 원의 배당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약속했던 1조 6689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까지 이행하면 2025년 한 해에만 총 2조 326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액이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적대적 M&A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실적 성장과 역대급 주주 환원 정책을 동시에 보여준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를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는 물론,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