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탄핵, 계엄…나라가 뒤집히자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아 읽은 '이 책'

 작가 한강의 힘은 2025년 서점가에서도 여전히 막강했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1일 발표한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는 서점 역사상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다섯 번째 책에 해당한다. 예스24 집계에서도 '소년이 온다'는 올해에만 27주간 종합 10위권에 머무르며 압도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양대 서점의 순위권에는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성해나의 '혼모노', 이재명 대통령의 '결국 국민이 합니다' 등이 공통으로 이름을 올리며 올 한 해 독자들의 관심사를 드러냈다.

 

올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특징은 과거의 명작들이 젊은 독자들의 부름을 받고 차트를 역주행한 현상이다. 양귀자 작가의 1998년 작 '모순'과 정대건 작가의 2022년 작 '급류'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소설들은 출간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20대 독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모순' 구매자의 39.2%, '급류' 구매자의 40.1%가 20대 독자였다. 이는 콘텐츠 과잉 시대에 좋은 텍스트를 찾아 읽는 '텍스트힙' 트렌드를 20대 독자들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대가 흘러도 청춘의 고민과 현실적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계엄,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한국 사회의 격동은 출판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치·사회 분야 도서들이 독자들의 큰 선택을 받았는데, 그 중심에는 지난 4월 출간된 이재명 대통령의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있었다. 이 책은 예스24 집계 결과 2025년 상반기 전체 도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안착했다. 실제로 예스24에서 사회·정치 분야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1%나 상승하며 뜨거운 사회적 관심을 입증했다. 2009년 출간되었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역시 특별 증보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어 다시 한번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2025년 베스트셀러 시장은 한강의 독주 속에서, 20대 독자들이 이끄는 한국 소설의 역주행과 격동의 시대상이 반영된 정치·사회 서적의 약진이라는 두 가지 큰 흐름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더해,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탄탄한 작품성은 물론, 배우 박정민(무제 출판사 대표)의 추천사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판매를 견인하는 등, 다양한 흥행 공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 한 해였다.

 

옷만 잘 파는 줄 알았더니…화장품까지 '대박', 190% 성장하며 돈 쓸어 담는 무신사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국내 SPA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거래액 4000억 원을 돌파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연말까지 약 4700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한 수치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한 결과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며, 내년에는 연간 거래액 1조 원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하며 기존 SPA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중심에는 과감한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에만 인천, 울산, 대전 등 전국의 주요 거점 도시에 14곳의 신규 매장을 열며 고객과의 접점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전년 대비 86%나 급증했으며, 연간 누적 방문객 수는 지난해 1250만 명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2800만 명을 돌파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어 직접 제품을 보고 입어보길 원하는 소비층을 성공적으로 흡수한 것이다. 내년에도 매달 2개 이상의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전국 단위로 오프라인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단순히 매장 수만 늘린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의류를 넘어 뷰티와 홈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넓혔는데, 특히 지난 9월 초저가 라인을 강화한 뷰티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거래액이 190% 이상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브랜드의 근간인 의류 부문의 경쟁력은 여전히 굳건하다. '세미 와이드 히든 밴딩 슬랙스'가 12만 장, '와이드 히든 밴딩 슬랙스'가 11만 장 팔려나가는 등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템'들이 꾸준히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상품 개발 능력이 탄탄하게 뒷받침되고 있음을 증명한다.무신사 스탠다드의 성공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오프라인으로 성공적으로 연결시킨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한때 '온라인 옷 가게'로만 여겨졌던 무신사가 이제는 패션을 넘어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진화하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내 SPA 시장의 신흥 강자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K-패션의 대표주자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