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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설문조사 '결과 충격'…같은 심장병인데, 여자만 증상 다른 이유

 심혈관질환의 증상과 치료 반응이 남성과 여성에게서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국민 10명 중 1명도 채 알지 못하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와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심혈관질환 성별 차이 인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외 전문가 30여 명이 모여 성별 차이를 고려한 진단 및 치료법을 논의한 '2025 K-STAR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이번 조사는, 심혈관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별 인식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조사 결과는 심각한 수준의 인식 부족을 드러냈다. 전체 응답자 중 여성에게 심혈관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비율은 20%에 불과했으며, 질환의 증상이 남성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비율은 10.3%로 더욱 낮았다. 심지어 성별에 따라 치료 약물이나 시술의 효과,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응답자는 8.0%에 그쳤다. 임신성 고혈압이나 조기 폐경 등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특이 심혈관 위험 인자에 대한 인지율 역시 13.7%로 매우 낮았고, 응답자의 68.8%는 최근 1년간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접한 경험조차 없다고 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낮은 인지도와는 대조적으로 전체 응답자의 60.3%는 성별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해, 정보의 부재와 필요성 사이의 큰 간극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인식 부족은 성별, 연령, 소득, 질환 유무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보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조금 더 인지하고 있었으며, 연령대별로는 60대에서 인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별 차이에 대한 무지가 진단과 치료의 지연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박성미 고려대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장은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차 기반 진료지침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고, 박현영 전 국립보건연구원장 역시 "예방부터 진단, 치료 전 과정에 걸쳐 성차를 반영한 국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시작됐다. 국내 최초의 공식 여성심장센터인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를 중심으로,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고려대와 국립보건연구원은 향후 공동 연구를 통해 △성별 차이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대국민 심혈관 건강 정보 제공 확대 △한국형 성차의학 진료지침 수립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와 심포지엄이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정밀 의료 시대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생일날 법정 선 윤석열, 옛 부하들 보며 "참 미안하다"…결국 터진 한마디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옛 부하들의 재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65번째 생일이었던 12월 18일,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증인석에 선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을 바라보며 "참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내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할 일을 한 사람들인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하며, 재판이 끝난 후 구치소로 돌아가 밤늦게까지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약 1년 만의 용산 방문으로, 대통령실과 같은 경내에 위치한 군사법원에 출석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에 대해 "무도한 야당의 행태와 나라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계엄령이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이나 하루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며, 계엄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에 그 누구에게도 검토나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최근 방첩사에 대한 대규모 인사 조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과거 군이 쿠데타를 했다고 해서 군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번 일을 빌미로 국가안보의 핵심 기관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하지만 이날 재판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직후부터 "검찰이 생각이 다르면 위증 혐의로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늘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일부 질문에는 답변했지만, 군검찰의 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날 선 설전을 벌이며 재판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특히 군검찰이 자신을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칭하자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음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질문하면 앞으로 검찰 질문은 다 거부하겠다"고 맞서며 긴장감을 높였다.한편, 재판이 끝난 후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그의 성탄 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메시지를 통해 "저희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어 청년 여러분이 자녀처럼 느껴진다"며 청년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내가 모든 것을 내어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계엄 선포의 동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을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자 "부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이 시대 예수의 제자들"이라 칭하며, 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