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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씹어먹은 MVP의 도망?…폰세, 모든 일정 취소하고 야반도주급 출국

 올 한 해 KBO 리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던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코디 폰세가 돌연 미국으로 떠나며 사실상의 이별을 고했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폰세는 30일, 최근 태어난 딸과 아내를 한국에 남겨둔 채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초 그는 오는 9일 열리는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석 등 연말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구단에 양해를 구한 뒤 갑작스럽게 출국을 감행했다. 이는 폰세가 더 이상 한화와의 재계약 협상이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MLB) 복귀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다.

 

폰세의 이러한 행보는 그의 압도적인 성적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는 올 시즌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했다. 18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동안 탈삼진은 무려 252개를 잡아내며 2021년 아리엘 미란다가 세웠던 KBO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고, 개막 이후 선발 17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까지 작성했다. 결국 폰세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까지 투수 주요 4개 부문을 모두 석권하는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는데, 이는 KBO 역사상 1996년 구대성, 2011년 윤석민에 이은 역대 세 번째 대기록이었다.

 


폰세의 갑작스러운 출국은 그가 최근까지 보여왔던 언행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더욱 팬들의 이목을 끈다. 그는 지난달 리그 MVP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다"며 팀 성적에 대한 갈증을 먼저 드러냈고, 자신의 SNS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여러 MLB 구단을 팔로우하며 불거진 이적설에 대해서는 "왜 그런 소문이 나는지 모르겠다. 다음엔 LG 트윈스를 팔로우해볼까요?"라며 농담으로 받아넘기기까지 했다. 특히 "지금은 에이전트와 깊게 이야기한 부분이 없으며, 단지 육아에 전념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빅리그 진출설에 선을 그었기에, 그의 이번 돌발 출국은 팬들에게 더 큰 충격과 배신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모든 시선은 미국으로 향한 폰세의 거취에 쏠리게 됐다. 그가 과연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에 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한화 이글스는 이미 발 빠르게 '플랜 B'를 가동하며 폰세와의 결별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한화는 최근 새 외국인 투수로 우완 윌켈 에르난데스를, 새 외국인 타자로는 요나탄 페라자를 영입했으며, 아시아쿼터 선수로 대만 국가대표 출신 투수 왕옌청까지 품에 안으며 다음 시즌을 위한 외국인 선수 구성을 사실상 완료했다. 한 시즌 동안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팬들에게 꿈같은 시간을 선물했던 에이스는, 그렇게 마지막 인사도 없이 쓸쓸한 뒷모습을 남긴 채 떠나고 있다.

 

'헐값' 제시했다가…최형우 놓친 KIA, 양현종마저 놓칠까

 KIA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에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팀의 상징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과의 재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내부 FA(자유계약선수)였던 박찬호에 이어 팀의 중심 타자 최형우마저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보내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초 구단은 양현종과의 협상에서 여유를 보였고, 일각에서는 구단이 레전드에 대한 예우에 걸맞지 않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돌았으나 KIA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핵심 전력을 둘이나 놓치면서, 이제 양현종과의 계약은 단순한 선수 재계약을 넘어 격분한 팬심을 달래야 하는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최형우의 이적은 성난 팬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KIA 팬들은 구단의 안일한 협상 태도와 선수 유출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맹렬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책임져야 할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러한 팬들의 거센 저항은 구단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KIA는 양현종마저 놓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뒤늦게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양현종에게는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료의 이적으로 인해 자신의 협상력이 극대화되는 ‘반사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KIA는 양현종을 잡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그의 프로 입단 동기이자 라이벌인 김광현(SSG)의 계약이 유력한 기준으로 거론된다. 김광현은 SSG와 2년 총액 36억 원에 계약한 바 있어, 양현종 역시 이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물론 양현종 역시 마냥 버티기만 할 수는 없다. 자칫 돈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현종이 KIA에 갖는 상징성은 그가 충분한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2007년 KIA에 입단한 이래, 1년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제외하고 18년 동안 오직 타이거즈 유니폼만을 입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통산 186승 127패, 평균자책점 3.90이라는 대기록은 그의 가치를 증명한다. 비록 올해 7승 9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한 해의 성적으로 그의 경력 전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결국 KIA는 팀의 근간을 지키고 성난 팬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보여줘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