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해안 갯벌에 숨겨져 있던 비밀, 마침내 국가무형유산 된다

 거친 파도와 드넓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서해안과 남해안 주민들의 생존 지식이자 삶의 지혜였던 '물때지식'이 마침내 국가의 인정을 받는 무형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밀물과 썰물의 주기적인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생활에 활용해 온 전통 지식체계인 '물때지식'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바닷물의 드나듦을 아는 것을 넘어, 달과 태양의 인력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섭리를 관찰하고 경험을 통해 축적하여 역법으로 체계화한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를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하고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다. 어민들의 생계 수단을 넘어 해안 지역 주민들의 일상 깊숙이 뿌리내린 이 지식은 이제 한 지역의 생활 상식을 넘어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거듭나게 됐다.

 

'물때지식'의 역사는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유구하다. 이미 '고려사'에서 하루 단위의 조수 변화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며, '태종실록'에는 보름 주기로 순환하는 물때의 고유한 명칭이 기록되어 있어, 늦어도 조선시대 이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15일 주기의 체계적인 물때 순환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음을 증명한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지식이 더욱 정교해졌다. 강경포구에서는 조석 현상을 바위에 직접 새겨 기록으로 남겼고, 실학자 신경준은 '조석일삭진퇴성쇠지도'라는 전문적인 지도를 제작해 한강 하구인 조강 지역의 물때를 기준으로 제주, 심지어 중국의 조석 시간까지 비교 분석하는 등 지역별 물때 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했다. 이는 물때지식이 단순한 구전 지식을 넘어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될 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물때지식의 가치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서해안과 남해안 주민들의 삶을 지배하는 필수적인 생활 지식이다. 어부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가는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고, 갯벌에 돌을 깔아 만든 다리인 '노두'를 건너는 시간, 심지어 항해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뱃고사'를 지내는 날짜까지 모든 것이 물때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한물', '두물'처럼 숫자를 붙여 물때를 세는 방식이나, '게끼', '조금', '무수' 등 지역마다 각기 다른 고유한 명칭이 존재한다는 점은 이 지식이 각 지역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문화 속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하게 발전해 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해양문화, 민속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에 귀중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이 '물때지식'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유구한 역사성, 다양한 학문 연구에 기여하는 학술적 가치, 해안가 주민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보편성, 그리고 과거를 넘어 물때 달력과 스마트폰 앱으로까지 활용되는 현재진행형의 생명력까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이번 지정은 특정 보유자나 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추진된다. 이는 물때지식이 특정 개인의 기술이 아닌, 해당 지역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가꾸어 온 소중한 자산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며,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이 무형의 자산은 이제 국가의 보호 아래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승될 길을 열게 되었다.

 

60대 이상 일자리 30만개 늘 때, 2040은 32만개 증발…"이게 나라냐"

 지난해 국내 일자리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건설 경기 부진의 직격탄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가속화된 비대면 업무 전환의 여파로, 일자리 수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새로 생긴 일자리는 고작 6만 개에 그쳐 총 2천671만 개를 기록했다. 이는 0.2% 증가에 불과한 수치로, 20만 개(0.8%)가 늘었던 전년도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무려 4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201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로,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산업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맞물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13만 3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고, 제조업 역시 4만 5천 개의 일자리를 더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업종에 국한된 온기일 뿐이었다. 얼어붙은 건설 경기의 한파는 고용 시장에 그대로 몰아쳐 건설업에서만 5만 8천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금융보험업과 운수창고업에서도 각각 5만 6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특정 산업 분야의 고용 충격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최재혁 데이터처 행정통계과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건설 경기 부진과 비대면 업무 확산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번 통계는 일자리의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 양극화'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60대와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각각 15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전체 증가분을 훌쩍 뛰어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50대 일자리 역시 6만 개가 늘어나는 등, 장년층 이상의 고용 시장은 비교적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였다. 40대 일자리는 무려 17만 개가 사라졌고, 20대 일자리 역시 15만 개나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20대 일자리는 전년도에 사상 처음으로 8만 개가 줄어든 이후, 감소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며 청년 고용 시장의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기업 규모별로도 양극화는 심각했다. 종사자 300명 이상의 대기업과 5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중견기업에서는 각각 7만 개와 9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정반대로 1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4인 이하 영세 사업체로, 이곳에서만 무려 21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데이터처는 이러한 영세 사업체 일자리 급감의 주된 원인으로 건설업 관련 개인 사업체의 몰락을 지목했다. 결국 지난해 한국의 일자리 지도는 '고령층과 대기업'은 웃고, '청장년층과 영세 사업장'은 우는 극심한 양극화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