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순신 친필 '난중일기'부터 도요토미 히데요시 초상화까지…역대급 전시 열린다

 전쟁 영웅이라는 위대한 이름 뒤에 가려졌던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감정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가슴이 지독히 탔다"고 일기장에 토로하며 아들의 병환에 애태우던 아버지의 모습부터, 시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상징으로서의 이순신까지, 그의 다층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총 258건 369점에 달하는 방대한 유물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보 6건 15점을 포함한 핵심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다. 이순신이 직접 쓴 친필본 '난중일기'와 그가 임금에게 올린 보고서를 후대에 옮겨 적은 '임진장초',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서간첩', 그리고 그의 결의가 서린 장검 등은 전장의 생생한 기록과 그의 내면을 그대로 전한다. 여기에 류성룡의 '징비록', 조선의 해안 방어 체계를 보여주는 '조선방역지도' 등 국보급 유물과 천자총통, 지자총통을 비롯한 보물 39건 43점이 더해져,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둘러싼 기록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난중일기'를 포함한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의 진본이 서울에서 한 번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전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해외 소장 유물들이다. 임진왜란 당시 침략국이었던 일본의 영주, 즉 다이묘 가문이 대대로 보관해 온 유물들이 바다를 건너왔다. 다치바나 무네시게 가문의 투구와 창, 나베시마 나오시게 가문의 '울산왜성전투도' 병풍, 그리고 침략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화와 목상 등은 당시 적의 시선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제작 이후 오랫동안 둘로 나뉘어 전반부는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후반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소장해왔던 '정왜기공도병' 병풍이 이번 전시를 통해 마침내 한 공간에서 완전한 모습으로 재회하며 또 하나의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전시는 이순신의 생애를 따라 '승리', '시련', '성찰', 그리고 '사후의 기억'이라는 총 4부로 구성된다.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영상과 음향 효과,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하여 관람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별도의 '배움공간'도 마련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오늘날 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지지하는 응원의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개막 후 일주일간(11월 28일~12월 4일)과 이순신 장군 서거일인 12월 16일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손흥민·김민재도 막지 못한 '관중 실종'…10년 만의 굴욕, 대체 무슨 일이?

 고통스러운 부상과 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1년 8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조규성(미트윌란)의 눈에 비친 대표팀의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에 나선 그는 오랜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 느낀 낯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11월에 소집돼 A매치를 뛰었는데, 원래 서울에서 경기를 하면 6만 관중이 가득 들어찼었다. 그런데 이번엔 3만 명 정도만 오신 걸 보고 한국 축구 인기가 확실히 식은 건가 싶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마저 체감할 정도로 싸늘해진 축구 열기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현재 대표팀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는 제2의 황금기를 맞았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을 필두로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스타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A매치 티켓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정도였다. 2023 아시안컵에서의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애정과 열정은 쉽게 식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과 그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축구 팬들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포함한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소개될 때마다 홈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는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됐고, 이는 고스란히 팬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조규성이 느낀 '반 토막 난 관중'은 단순한 체감이 아닌, 명백한 수치로 증명된다. 실제로 팬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지난 10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관중은 2만 2,206명에 그쳤고, 올해 마지막 A매치였던 가나전 역시 3만 3,256명이 입장하는 데 머물렀다. 6만 6천여 석 규모의 대한민국 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A매치에서 절반도 채워지지 못한 것은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 이후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토트넘의 방한 경기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연이어 열리며 팬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리더십을 잃고 표류하는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누구보다 간절하게 대표팀 복귀를 꿈꿨을 조규성이기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열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실망과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선수로서의 책임을 먼저 통감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잘해야 한다. 첫 번째 단추는 선수가 꿰어야 한다"며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떠나간 팬심을 되돌리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그의 다짐처럼, 조규성은 긴 재활을 마치고 소속팀에서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1년 8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던 볼리비아전에서도 통쾌한 골 맛을 보며 포효했던 그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