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44명 사망, 279명 실종…'닭장 아파트' 비극, 홍콩의 지옥도를 보여주다

 40년 이상 된 홍콩의 노후 대단지 아파트에서 19시간 넘게 이어진 대형 화재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끔찍한 참사가 빚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6일 오후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불은 32층짜리 건물 8개 동 중 7개 동을 집어삼키며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 화재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으며, 부상자도 수백 명에 달해 홍콩 사회 전체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번 참사는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는 아파트 보수 공사 현장에서 시작되었으며, 불길이 쉽게 붙는 대나무 비계와 스티로폼, 안전망 등 가연성 자재를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안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공사 관계자 3명이 홍콩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사태의 심각성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 희생자 애도와 함께 총력 대응을 지시했으며, 홍콩 정부는 다음 달로 예정됐던 입법회 총선거의 연기까지 검토하는 등 정치권도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번 화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 밀도와 살인적인 주거비로 악명 높은 홍콩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낳은 구조적 비극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이 난 '웡 푹 코트'는 2,000가구가 12~15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모여 사는 대표적인 '닭장 아파트'다. 울산광역시와 비슷한 면적에 7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지만, 산악 지형 탓에 실제 개발 가능한 땅은 전체 면적의 25%에 불과하다.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본토 자본까지 유입되며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결과, 수많은 서민들이 이처럼 낡고 위험한 주거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홍콩의 슬픈 현실이다.

 

국가적 비극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행태도 드러나 공분을 샀다. 홍콩 방송사 TVB의 드라마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배우 린쯔싱은 화재 참사 당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예상치 못한 사고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며 희생자를 애도하는 척 글을 올린 뒤, "보험은 판매가 아니라 동행"이라며 노골적으로 보험 상품을 홍보했다. 비극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그의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자, TVB 방송국은 즉각 "린쯔싱은 우리 직원이 아니며, 사회적 참사를 홍보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선을 그었다.

 

 

 

'통일교 게이트' 특검 추천권, 개혁신당이 가져가나…與野 신경전 시작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 연루 의혹이 제기된 '통일교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법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갖고, 통일교 특검법의 조속한 발의와 통과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의했다. 이는 거대 여당인 민주당을 상대로 야권이 공조 체제를 구축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향후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양당은 특검 출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특검 추천권을 둘러싼 세부적인 방식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 향후 조율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이날 회동에서 포문을 연 것은 천하람 원내대표였다. 그는 "통일교 사건은 특정 종교와 정치권이 위법하게 유착된 사건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특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대통령조차 위헌·위법한 종교단체의 해산을 언급하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이 더 적극적으로 특검을 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스스로 당당하다면 통일교 특검을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면서 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거부 명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드루킹 특검' 모델을 제시했다. 수사 범위를 간단명료하게 규정하고 특검 규모도 최소화하며, 통일교 관련 의혹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원내 야당인 개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는 '대승적 결단'을 국민의힘에 촉구했다.천 원내대표의 제안에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화답하며 특검 추진이라는 큰 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했다. 그는 "통일교와 여권인 민주당 간의 금품수수 의혹과 이를 은폐·무마하려 한 정황을 중심으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수사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특검 규모 역시 "필요 최소한으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천 원내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특검 추천권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송 원내대표는 "과거 특검법 사례를 보면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이 추천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정당이 정치적으로 관여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인 대법원이나 변협에 추천권을 맡기는 것이 독립성을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제안하며 개혁신당의 단독 추천 요구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이견에도 불구하고 양당 원내대표는 특검을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는 대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검을 조속히 출범시키는 일이며, 그 부분에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간 이견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세부 실무사항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특검법을 발의해서 민주당이 이 법을 꼭 통과시킬 수 있도록 힘을 합칠 생각"이라고 강조하며 공동 투쟁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야권의 두 축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통일교 게이트'라는 현안을 고리로 첫 연대를 성사시키면서, 향후 특검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를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