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민 고시'의 몰락…'돈방석' 꿈꾸던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13만명 '증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숫자가 5년 2개월 만에 11만 명 선 아래로 무너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 9,979명으로 집계되며, 202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1만 명을 밑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55만 명이 넘는 전체 자격증 보유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현업에 뛰어들지 못하거나 시장을 떠나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안정적인 전문직으로 각광받던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부동산 시장의 혹한기 속에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탈출 러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의 연이은 초강력 부동산 수요 억제책이 꼽힌다. 올해 시행된 6·27대책과 10·15대책이 시장의 거래 숨통을 사실상 끊어버린 결정타가 됐다.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은 6·27대책에 이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지정한 10·15대책이 발표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은 더욱 높아졌고, 이는 곧바로 '거래 절벽'이라는 현실로 이어졌다. 협회 관계자는 주택 매매와 임대차 시장은 물론, 지방의 토지 시장마저 거래가 끊기면서 전국적인 부동산 유통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업계의 불황은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새로 문을 여는 곳보다 문을 닫는 곳이 더 많은 현상은 202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무려 2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집값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본격화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 8월, 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처음으로 월 600명 선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수치(583명)를 기록했으며, 이후 9월과 10월에도 600명대에 겨우 턱걸이하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국민 고시'로 불리며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각광받던 공인중개사 시험의 인기도 급격히 식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제35회 시험 원서 접수 인원은 총 14만 8천여 명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20만 명을 밑돌았다. 역대 최다 인원이 몰리며 광풍이 불었던 2021년의 27만 8천여 명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13만 명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의 매력도 자체가 크게 떨어졌음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 '최후의 보루'…환율 방어선에 국민연금이 등판한 이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 구성된 외환당국이 국내 외환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과 손을 잡고 6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5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외환 방어막을 구축했다. 양측은 15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맺었던 외환스와프 계약을 202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번 계약 연장은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금융 환경 속에서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고 시장의 불안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부와 국민연금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외환시장의 '안전핀'을 더욱 단단히 채운 셈이다.이번 외환스와프 계약의 핵심은 외환시장의 '고래'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 수요를 시장 밖에서 흡수하는 데 있다. 국민연금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위해 평소에도 막대한 양의 달러를 사들인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민연금마저 대규모 달러 매수에 나서면 시장의 쏠림 현상을 부추겨 원화 가치의 추가적인 폭락을 유발할 수 있다. 외환스와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대신,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에서 직접 달러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고도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어, 환율의 급격한 널뛰기를 막는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된다.이러한 거래는 외환당국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도 '윈윈' 전략이다. 국민연금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기금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극대화하는 것이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에게 환율 변동은 수익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해외 자산의 가치가 아무리 올라도 환차손 때문에 전체 수익률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에게 이런 환율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환헤지' 수단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비싼 값에 달러를 사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외화를 조달해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고, 이를 통해 기금의 수익성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결론적으로 이번 외환스와프 연장 합의는 외환시장의 안정과 국민의 노후 자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다목적 카드라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 없이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고, 국민연금은 환율 변동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이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외부 경제 충격에 대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2년간, 650억 달러 규모의 이 든든한 방어선이 대한민국 금융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