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63대 1 뚫었더니 5000만원…제2의 '오징어 게임' 될까, 역대급 스토리 나왔다

 미래의 K-콘텐츠를 책임질 새로운 '원천 이야기'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의 올해 주인공이 가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시상식을 열고, 무려 163대 1이라는 역대급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영예의 수상작 15편을 공개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한 이 공모전은 단순히 상금을 수여하는 것을 넘어, 드라마, 영화, 웹툰, 공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K-콘텐츠로 뻗어나갈 잠재력을 지닌 이야기를 발굴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작가에게는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의 장을, 콘텐츠 기업에게는 새로운 흥행 소재를 발굴하는 '보물찾기'의 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올해 대상인 대통령상의 영광은 이유미 작가의 '일레'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아이의 육아와 병을 관장하는 토속신 '일뤠신'과 위험한 거래를 한 소녀가, 자신의 언니를 살리기 위해 7일(일레) 동안 벌이는 필사적인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심사위원단은 "지역의 전통 설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벽하게 재창조했으며, 인물과 세계관 설정이 매우 독창적"이라며 "정교하게 짜인 서사 구조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강력한 몰입도가 단연 돋보였다"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보냈다. '일레'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겸비한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향후 어떤 형태의 콘텐츠로 재탄생할지 벌써부터 업계의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상을 포함해 총 15편의 작품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으며, 이들에게는 총 3억 2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대상 수상자인 이유미 작가에게는 5천만 원의 상금이, 최우수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포스트잇 레이디'(채헌), '부관참시'(김민수), '악어'(장은준), '경성 경매사 이승화'(조지은) 등 4편의 작가에게는 각각 3천만 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우수상(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10편에도 각각 1,500만 원의 상금이 전달되어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높은 상금 규모는 우수한 이야기가 지닌 가치를 인정하고, 작가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정부와 콘진원은 수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실질적인 K-콘텐츠로 탄생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후속 지원에 나선다. 27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콘텐츠 지식재산(IP) 마켓 2025'와 연계하여 수상작들의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다. 작가들이 직접 나서 작품의 창작 의도와 매력을 설명하는 '공개 대화' 행사를 마련하고, 방송사, 제작사, 플랫폼 기업 등 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사업화를 논의하는 1대 1 상담회를 진행한다. 최성희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하나의 우수한 이야기는 K-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지식재산 원천"이라며, "작가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리더십 '적신호'…민주당, 당원 뜻 거스르고 개혁에 제동 걸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내걸고 추진했던 핵심 공약,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당 중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좌초됐다. 당 대표의 역점 사업이 당내 핵심 기구에서 부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표의 등가성을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투표 결과 통과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했다.이날 투표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기초자치단체장, 지역위원장 등 총 596명의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4시간 30분 동안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명(72.65%), 반대 102명(27.35%)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투표 참여자만 놓고 보면 4명 중 3명 가까이가 찬성 의사를 밝힌 압도적인 결과였지만, 당헌 개정안 통과 요건인 '재적 위원 과반수(299명) 찬성'에는 22표가 모자랐다. 결국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223명의 중앙위원이 사실상 '소극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으며, 당 지도부의 개혁안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1인 1표제'는 그동안 당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수십 명의 표 가치를 가지는 현재의 제도가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당의 진정한 주인인 당원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기 위해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자칫 강성 당원의 목소리만 과도하게 반영시켜 당의 의사결정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대의원 제도의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이번 부결 사태는 당 지도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당내 기득권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 표면 위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중앙위원이 투표 불참이라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당내 권력 구조 재편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날 중앙위에서는 '1인 1표제'와 함께 상정된 내년 6·3 지방선거 공천 룰 관련 안건은 통과되어 일단 선거 준비 체제에는 돌입하게 됐지만, 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불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