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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중증' 막을 치료제 개발 길 열렸다…과잉 염증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 찾았다

 국내 공동 연구진이 원숭이두창바이러스(엠폭스) 감염 시 병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핵심적인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울산과학기술원, 성균관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엠폭스 바이러스의 DNA를 직접 감지하여 과도한 염증 반응과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주범이 'AIM2'라는 단백질 센서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외부 침입을 감지하는 여러 DNA 센서 단백질이 존재하지만, 엠폭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유독 AIM2만이 핵심 센서로 작동하여 강력한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면역학 학술지 '세포와 분자 면역학' 최신호에 게재되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엠폭스는 현재까지 치명률이 3% 내외로 비교적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중증으로 발전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는 그 기저에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불리는 염증 폭주 현상이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에 따르면, 세포 안으로 침투한 엠폭스 바이러스의 DNA를 AIM2 단백질이 인식하면, 곧바로 '염증 소체(inflammasome)'라는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한다. 이 염증 소체는 '카스파제-1'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효소는 염증 신호 물질(IL-1β, IL-18)을 과다하게 분비시키는 동시에 감염된 세포의 파괴를 유도한다. 이 과정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 바이러스가 아닌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 반응이 오히려 정상 조직까지 파괴하며 병을 악화시키고, 건강한 사람마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동물 실험을 통해 AIM2 단백질의 역할을 명확히 증명했다. 엠폭스에 감염된 쥐의 AIM2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자, 폐 조직에서 나타났던 심각한 염증 반응과 세포 사멸이 눈에 띄게 완화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AIM2의 활성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엠폭스의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우 중요한 결과다. 즉, AIM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바이러스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방식과 더불어 우리 몸의 과잉 방어 반응을 제어함으로써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이번 발견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엠폭스 대유행에 대비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인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임승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엠폭스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중증 염증 반응의 핵심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내 연구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의 보건 안보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00% 맞췄다…한국인 치매, AI가 족집게처럼 예측하는 시대 열렸다

 마침내 한국인에게 특화된, 한국인만을 위한 치매 위험 예측 모델이 국내 연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등 노인성 치매 예측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의 유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유전적 특성이 다른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고유의 유전 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 개발에 성공하면서, '맞춤형 치매 예방'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치매 정복의 길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진 것이다.이번 연구의 성공 뒤에는 '만성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 컨소시엄(BICWALZS)'에 참여한 674명의 소중한 데이터가 있었다. 연구진은 정상인 81명, 치매의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 389명, 그리고 치매 환자 204명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를 면밀히 분석했다. 특히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개발된 '한국인 유전체 칩(K-Chip)'을 활용한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시행했으며,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총 6종에 달하는 서로 다른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동원해 교차 검증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그 결과는 놀라웠다. 6종의 AI 알고리즘 중 가장 뛰어난 모델은 최대 88%의 정확도로 치매 발병 위험을 예측해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이 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일부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될 것을 최대 100%까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등, 인공지능 모델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수많은 유전자 중에서도 특히 APOE, PVRL2, TOMM40 유전자가 한국인의 치매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해내는 성과를 거뒀다.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성과가 단순히 학술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국가 단위의 인공지능 치매 예측 플랫폼을 구축하는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매 예측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며, "인공지능 기반 조기 진단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치매 예방 및 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인의 뇌를 위협하는 치매에 맞서, 한국인의 유전자로 만든 'AI 방패'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